"근무시간 단축 등 보상 있다면 정년 안늘린 임금피크제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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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무효 판결 뒤집고 사측 승소정년을 늘리지 않은 채 급여를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도 유효하다는 판결이 또 나왔다. 무효로 본 1심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혔다. 법원은 삭감률이 과도하지 않고 근무시간 단축 등 보상 조치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해당 임피제가 연령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는 공공기관 A사의 퇴직 직원 B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최근 피고 승소 판결했다.
A사는 2017년 임피제를 도입했다. 정년은 만 60세로 유지하고 적용 시기는 만 57세로 정했다. 삭감률은 1년차 10%, 2년차 15%, 3년차 20%로 설정됐다. 2022년엔 근무시간 단축·저축 제도와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B씨는 “불합리한 연령 차별”이라며 퇴직 직전인 2022년 말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회사 측이 취업규칙을 바꿀 때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동의를 받지 않았고, 2022년 10월 말부터는 업무에서 배제됐다고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임금 삭감 보상 조치가 이뤄진 2022년을 제외한 2020~2021년 임피제를 무효로 봤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사는 2021년 신규 채용을 하는 등 기존 근로자 정년 보장과 신규 채용이란 (정부의) 임피제 권고 취지를 따랐다”며 “삭감률 또한 다른 공공기관보다 높지 않고 삶의 질을 현저하게 악화시킬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불이익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근로자 동의를 받는 절차를 두고도 “2016년 11월 설명회를 열어 질의응답을 받고 투표를 통해 절반이 넘는 찬성 의견을 도출해냈다”고 인정했다. 퇴직 3개월 전부터 업무에서 배제됐다는 B씨 주장에 대해선 “근무 단축·저축 제도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퇴직일 기준으로 근무시간 단축을 적용한 것뿐”이라고 했다.
A사에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도 2023년 9월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정년유지형 임피제가 유효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보상조치가 있었다면 정년유지형이라도 삭감률 10~30% 수준은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며 “절차만 적법했다면 기업이 법정 다툼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