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하자 "대학생들 차에서 재우자"…최후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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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캘리포니아주의회 코리 잭슨 의원(민주당)이 대학생들이 야간에 학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 안에서 잘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학생노숙방지법'을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법안은 지난달 첫 번째 관문인 주의회 고등교육 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법안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 조치가 학생들의 생활비 위기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캘리포니아의 집세가 미국 전체 평균보다 30%나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주립대(CSU)와 캘리포니아의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대부분은 자금 부족과 장기적 대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잭슨 의원의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잭슨 의원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대학의 법적 책임을 면제하고, 자금이 마련될 때까지 시행을 미루겠다는데도 대학들이 반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주택 위기, 노숙자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의 대학생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세와 기숙사 부족 등으로 심각한 주거난을 겪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지난해 CSU 학생 중 4000명이 집을 구하지 못해 기숙사 대기자 명단에 올랐고, 2년제 대학 대부분은 학생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기숙사를 제공하는 칼리지의 경우도 대체로 대기자 명단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잭슨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실제로 의회를 통과해 실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폴리티코는 주 의회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법안의 실현 가능성과 프로그램 비용을 학생들이 내야 하는지의 여부, 차 안에서 자는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감시가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둘러싸고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약 4만명이 재학 중인 캘리포니아 롱비치 커뮤니티 칼리지는 2021년 재학생 중 70명 이상이 차 안에서 잠을 자는 것을 발견하고, 잭슨 의원이 발의한 것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기숙사가 없는 학교 측은 매년 20만달러(2억8000만원)를 들여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학내 경찰이 지켜볼 수 있는 곳에 주차장을 마련했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차 안에서 잠을 자는 학생들은 학교 건물의 화장실, 샤워실, 무선 인터넷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