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첫 형사재판서 '계몽령' 강조, 내란 혐의 적극 부인 [종합]

증인 신문 불만 표시·수사기관 비판하기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차 공판을 마친 뒤 차량을 타고 서초동 사저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차 공판을 마친 뒤 차량을 타고 서초동 사저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형사재판 첫 공판에서 '계몽령'을 강조하며, 내란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직접 발언에 나선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나 변호인의 말을 끊고 자신의 주장을 이어가는가 하면, 증인 신문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판에서 직접 발언을 통해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실시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이 전권을 갖는다. 대통령은 어느 장관이나 일반 국민보다도 수백 배, 수천 배 외교·안보·국정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판단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걸 통제하려면 국회가 사법 통제로서 계엄 해제 결의를 했을 때 대통령이 그걸 즉각 수용해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라면서 "계엄을 선포하게 되면 그게 전부 내란이란 말이냐"고 강조했다.

내란을 방송으로 전 국민, 전 세계에 공고해 놓고 국회가 '이제 그만두라' 해서 당장 그만두는 내란이 있을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은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엄군 진입이 영장주의에 위반되는 수사가 아니라고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수사관이 들어갔다고 하면 이건 수사고 뭐고, 영장주의를 운운할 수 있겠지만 이건 기본적으로 서버와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라고 들여보낸 것이라 엄연히 수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계엄포고령은 현실적 조치가 아닌 하나의 규범"이라면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투입된 경찰력만으로 봉쇄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도 26년간 검사 생활을 하면서 참 치열하게 공직 생활을 해왔다. 제가 공소장, 또 구속됐을 때의 영장을 보니까 26년간 정말 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기소한 저로서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뭐를 주장하는 건지 이게 왜 내란죄가 된단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고 수사기관을 비판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특히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제1 특전대대장의 증언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조 단장은 '(2024년 12월 4일) 0시 31분부터 1시 사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본청 내부에 진입해 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란 지시를 받은 게 맞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김 대대장 역시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 의원들을 끌어내란 지시를 받은 걸로 보인다'는 검사 질문에 "네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이 단장이 '대통령님이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 오래'라고 했느냐"라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윤 전 대통령은 검찰 측 증인신문 도중 끼어들어 "제가 그 질문을 헌재에서 본 거 같은데 반대신문을 제가 할 건 아닌데 그 증인이 오늘 나와야 했는지, 그렇게 급했는지, 순서에 대해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불만을 표현했다.

이후에도 재차 진술 기회를 얻은 윤 전 대통령은 "오늘 같은 날 헌재에서 이미 다 신문한 사람을, 기자들도 와 있는데 자기들 유리하게 오늘 굳이 장관을 대신해 나오게 한 건 증인신문에 있어서 (검찰에)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추인(국회) 쪽에 유리한 증인이라고 하면 각 수사기관이 쇼핑하듯이 피의자에 대한 핵심 증언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10번쯤 (불려) 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라면서 "저 말고 다른 피고인들도 참 방어권 행사하기 대단히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다음 공판은 오는 21일 오전 10시 열린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