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돈 칼럼] 직원 잘못 뽑으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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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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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면접관 교육을 20년 전부터 해오고 있다. 국내 유수 대기업, 공공기업, 중소기업에서 채용 전략 및 면접관 교육을 하면서 자주 질문하는 것이 "어떤 사람을 뽑지 않는 게 좋은가"하는 질문이었다. 이번에 그것을 촘촘하게 정리할 기회를 가진다. 한 명의 직원을 잘못 뽑으면 회사가 날아갈 수도 있다. 200년 역사를 가진 가장 오래된 영국 베어링스 은행을 파산시킨 닉 리슨 이야기를 잘 알 것이다.

1. 베어링스은행(Barings Bank) 파산 사건(1995)

닉 리슨(Nick Leeson)은 싱가포르 지점에서 선물옵션 거래를 담당하던 직원이었지만, 손실을 숨기기 위해 비밀 계정을 만들어 거래를 지속했다. 회사는 그를 믿고 감독하지 않았고, 결국 천문학적 손실이 누적돼 영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762년 런던에 설립된 베어링스은행은 한때 전 세계 무역의 자금줄이었고, 미국이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사들일 때 중재까지 한 명문은행이었다. ‘영국·프랑스·프러시아·오스트리아·러시아와 함께 유럽의 6대 열강’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위세가 대단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베어링스 은행은 젊은 직원 닉 리슨의 파생상품 거래 실패의 여파로 14억 달러 손실로 1995년 파산했고, 단돈 1파드의 금액으로 네덜란드 ING은행에 넘어가면서 233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사라졌다. 제임스 디어든 감독의 1999년 영화 ‘갬블(The Rogue Trader)’은 베어링스은행의 파산 과정을 그렸다.

2. 폭스바겐(Volkswagen) 디젤게이트 사건(2015)

폭스바겐 내부 엔지니어 몇 명이 리더들과 함께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차량에 설치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안 걸리면 된다”는 태도로 진행된 이 일은 폭스바겐이라는 세계적 브랜드의 위기를 초래했고, 리콜과 벌금, 소비자 불신으로 인해 수년간 고전했다. 폭스바겐은 디젤차 배기가스 부정 스캔들과 관련, 이탈리아 자동차 소유자를 대표하는 소비자 단체 알트로콘수모(Altroconsumo)가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5천만 유로(738억 원) 이상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배기가스 조작으로 영향을 받은 6만 명 이상의 이탈리아 자동차 소유자에게 인당 최대 1,100유로(162만3천 원)가 지급된다. 또, 중고차 구매자에게는 550유로(81만1천 원)가, 공동명의의 경우는 명의인의 수에 따라 일정 금액이 지급된다. 디젤차 배기가스 스캔들로 폭스바겐그룹이 지금까지 부담한 벌금과 소송비용 등은 320억 유로(47조2천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자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디젤엔진 'EA189'를 장착한 폭스바겐, 아우디, 스코다, 세아트 차량을 구입해 집단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들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2015년 일부 디젤차에 부정 소프트웨어 탑재한 사실이 미국 환경보호청 조사에서 밝혀지면서 전 세계에 판매한 차량 약 1,100만 대에 대해 각국에서 집단 소송이 제기돼 왔다.

3. A회사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2018)

A회사의 연구원이 퇴사 후 반도체 기술을 중국 기업에 넘기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직 임원이 핵심 반도체 기술인 18·20나노급 D램 공정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상무와 수석연구원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송치했다. 회사는 18·20나노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총 4조3000억원을 들였다. 20나노급 D램 개발에만 2천명 이상 인력을 투입했다. 이들은 2020년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으로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을 대거 영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위협받았고, 국가 차원의 안보 문제로 번졌다. 이런 사람들은 채용과정에서도 골라야 한다.

4. B회사 천억대 횡령 사건(2022)

회삿돈 1천88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팀장이 검거되었다. 입사 4년된 부장급 직원으로 재무관리팀장 직책을 근무하며 출금 내역과 자금수지, 잔액 증명서 등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횡령했다. 자금 관리 직원이 잔액증명서를 위조하고 회사 자금을 개인 계좌로 빼돌린 것이다. 해당 직원 계좌를 동결했으며 적법 절차에 따라 (횡령 자금) 회수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예정이다. 횡령 사건 발생 소식에 회사 주식을 보유한 소액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1800억 원 넘게 직원 개인 계좌로 빠져나갈 동안 아무도 몰랐다는 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직원에게 1심, 2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한 명의 직원이 어떻게 1880억원의 자금을 유용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견이 있다. 허술한 자금 관리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사람을 뽑을 때 주의해야겠다.

5. 스타트업 내 '독초 직원' 채용 사례

성과는 높지만 팀을 붕괴시킨 독초 직원, 핵심 개발자 3명 이탈, 서비스 론칭 지연이 되었다. 스타트업에서 인재를 영입했지만, 그가 동료를 무시하고, 협업을 거부하며 조직 문화를 망치자 팀 전체가 흔들렸다. 결국 핵심 멤버들이 연쇄 퇴사하면서 서비스 일정이 지연됐고, 투자자 신뢰를 잃어 시드 투자가 무산되었다.

다음은 ‘뽑지 말아야 할 지원자’를 걸러내는 실질적인 팁 5가지이다. 이 리스트는 면접관이나 채용담당자가 지원자의 태도, 가치관, 역량 부족 등을 빠르게 식별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① 정보 왜곡형

거짓, 과장, 얄팍한 포장으로 사실을 부풀리거나 꾸며 신뢰를 무너뜨리며, 조직 내 신뢰 기반 형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유형.

행동지표

이력서와 답변 내용에 일관성이 없다. - 진실성 의심 가능.
타인의 성과를 자신의 성과처럼 말한다. - 협업보다는 생색 중심.
회사에 대한 사전 조사가 부족하다. - 근거 부족
추상적 표현 “열심히”, “최선을”만 반복하고, 구체적인 사례는 부족하다.
반복적으로 말은 매끄럽지만 본질 없이 돌려 말한다.

면접 질문 예시

“이 성과를 이루는 과정에서 본인이 구체적으로 한 일은 무엇이었나요?”
“성과를 내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과 해결 방식을 설명해주세요.”
“실패하거나 기대만큼 안 됐던 경험이 있다면 그 상황과 대응 방식을 말해주세요.”

② 자기 인식 결여형

자기 객관화 부족, 자신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반성이 부족하며, 피해의식이 강해서 갈등의 원인을 외부에 전가하는 경향이 강한 유형.

행동지표

자기 중심적인 언행이 두드러진다. - 팀워크 저해 요인.
본인의 단점을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없다”는 식의 반응
타인에 대한 불만은 많으나, 자신의 책임 언급은 없음.
피드백 수용 경험이나 변화 사례가 거의 없음.

면접 질문 예시

“가장 최근에 받은 피드백 중 불편하거나 날카로웠던 말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단점 중 개선하려고 노력한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요?”
“과거에 발생한 팀 내 갈등 상황에서 본인의 역할은 어땠나요?”

③ 문제 대처 회피형

문제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나서기보다 회피하거나, 감정 폭발로 신뢰를 깎는 유형.

행동지표

과거 직장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반복한다. - 책임 회피, 조직 부적응 가능성 있음.
이직 사유가 ‘돈’, ‘거리’, ‘불만’에 집중되어 있다.
문제를 인식하고도 “그건 제 일이 아니었어요”라며 책임을 회피.
비판이나 압박 질문에 감정적으로 반응(목소리 높임, 표정 변화 등)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장황하고 요점을 흐린다. - 커뮤니케이션 역량 미흡

면접 질문 예시

“최근에 직무나 조직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에 어떻게 감정을 조절하셨나요?”
“실수나 실책을 했던 경험과, 그걸 회복한 방식을 들려주세요.”

④ 조직 부적응형

협업 거부, 변화 저항으로 조직 적응력이 떨어지는 고집불통,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거나 팀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며 조직과의 융합이 어려운 유형.

행동지표

기본적인 예의가 결여되어 있다. - 인사, 경청, 존중 태도 등
팀 프로젝트 성과를 자신 위주로만 설명.
직무에 대한 명확한 이해나 비전이 없다.
변화나 새로운 방식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
개선 사례나 협업 시 타인 배려 사례가 부족함.

면접 질문 예시

“팀원과 의견이 다를 때 조율했던 경험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새로운 시스템이나 방식이 도입되었을 때, 어떻게 적응하셨나요?”
“협업 프로젝트에서 다른 사람의 기여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⑤ 성장 의지 결여형

학습이나 피드백을 회피하고 단기적 동기로만 움직이는 성장 거부, 지속적인 배움에 대한 의지가 없고, 단기적 조건만을 보고 입사 결정을 하는 유형.

행동지표

자신의 실패나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린다. - 성장 마인드셋 부족.
최근에 배운 것, 도전한 것이 없음.
장기적 커리어 비전이 없고, 연봉/위치 등 외적 요소만 강조 “그냥 하던 대로 했어요” 식의 발언 반복.
피드백에 방어적으로 반응한다. - 성장 가능성 낮음.
관심이나 열의 부족.

면접 질문 예시

“최근 1년간 새롭게 익힌 기술이나 역량은 무엇인가요?”
“이 직무에서 성장하고 싶은 방향은 어떤 것인가요?”
“입사를 결심하게 된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경닷컴 The Lifeist> 윤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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