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여은남 본체, 홍화연 "외고 출신 사범대 졸업…연기 재밌어" [인터뷰+]

SBS '보물섬' 여은남 역 배우 홍화연
/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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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주인공. 순간 최고 시청률 17.9%(닐슨코리아 집계 기준) 기록.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 8배 증가. 배우 홍화연이 지난 12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으로 세운 기록들이다.

홍화연은 2020년 슈가볼 뮤직비디오 '기대를 낮출게'로 데뷔한 후 2022년 tvN '멘칼코치 제갈길'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웹드라마 '너뿐이개', ENA '보라!데보라'로 차근차근 이름을 알려오던 홍화연은 첫 주연작 '보물섬'을 통해 확실하게 이름 석 자를 알렸다는 평이다. 제작발표회에서 "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예"로 소개된 후, 수줍게 "홍화연 화이팅"을 외쳤던 그는 "방영 내내 큰 사랑을 받았다"면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두달 정도 동안 4차까지 오디션을 봤어요. 보통 2~3차 정도에서 결정되는데 (진창규) 감독님께서 고심하셨던 거 같아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화도 정말 많이 나눠서 '보물섬'이라는 작품과 은남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알아갔어요. 오디션을 보며 오히려 쌓아가는 느낌을 받았죠."

박형식과 허준호 등 기라성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홍화연은 절대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뽐내는 데 성공했다. 홍화연이 연기한 여은남은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불행한 죽음 이후 재혼한 어머니를 비롯해 집안의 사람들과 대립하는 인물이다. 서동주(박형식 분)를 사랑하며 동거까지 했지만, 할아버지에게 기업 지분을 받기 위해 정략결혼을 선택한다.

첫 회부터 파격적인 스킨십 장면이 등장하고, 복잡하고 다채로운 성향을 보여주는 여은남이다. 홍화연은 신인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안정적으로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극의 몰입도를 이끌었다.

1회의 농도 짙은 키스신 장면이 연이어 등장한 것에 대해서도 "1회 엔딩의 충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라 생각했고, 그런 장면들을 찍을 때 배려도 많이 받았다"고 돌아봤다. 다만 "부모님이랑 같이 드라마를 보는데, 아빠가 자꾸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딴말을 하고,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거나 고양이를 부르고 하시더라"라며 "아빠의 그런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라 기억에 남는다"면서 웃었다.

극중 여은남은 서동주를 버리려 했지만 버리지 못했고, 그가 죽을 위기를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의 편에 완벽하게 선다. 정략 결혼한 염희철(권수현 분)에게도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부부싸움을 하며 물리적인 다툼이 있어도 그 배로 갚아주는 모습은 이전까지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여성 캐릭터의 면모라는 평이다.

다만 주체적이고, 재벌3세이기까지 한 여은남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서동주와 동거를 할 때 그와 생활비 '반반통장'을 하는 부분을 두고 일각에선 소소하게 논란이 됐다. 여은남의 마음을 알아주기보다는 복수를 위해 몰두하는 서동주의 모습과 더불어 그의 곁을 떠나는 엔딩까지 더해지면서 "은남이는 왜 동주를 사랑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까지 제기됐다.

"현장에서 대본에 나오지 않은 은남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은남'이라는 이름도 둘째는 아들을 낳으라고 지은 이름이래요. 대놓고 차별당하진 않았지만, 그런 것에서 느껴지는 결핍이 있었고, 아버지의 죽음 후 가족들에게 정을 못 붙이던 사이에 동주는 은남의 흉터를 타투로 감싸 안아줬어요. 그게 마음에도 깊게 자리 잡은 게 아닌가 싶어요."

경기외고 졸업 후 건국대 교육공학과를 졸업한 홍화연은 교생 실습까지 완료해 교원자격증까지 받았다. "오빠가 지적장애가 있어서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고,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전공을 선택했다"던 홍화연이 연기자의 길을 택해 달려온 지 어느덧 5년이 됐다.

"어릴 때부터 작품을 보며 울고, 웃던 것을 좋아했어요.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해석하면서 보고요. 그런데 배우가 아니더라도 연출, 작가 이런 이 업계 일들이 저에겐 멀리 있는 막연한 일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진지하게 꿈꾼 적도 없고요. 그런데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고, '이 기회를 잘 잡아야겠다' 싶더라고요. 공부를 착실하게 하긴 했지만 '1등을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열정을 불태우진 않았는데, 연기로 순위를 매길 순 없지만 연기를 할 땐 그런 게 느껴져서 좋아요."

'보물섬'이 먼저 공개됐지만, 이미 촬영을 완료하고 방송을 기다리는 작품도 여럿이다. 한준희 감독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배우 강하늘, 고민시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ENA 새 월화드라마 '당신의 맛', 이정효 감독 연출에 배우 전도연, 김고은, 박해수, 진선규 출연으로 화제가 된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를 비롯해 티빙 오리지널 '러닝메이트'까지 연이어 나온다.

"다 '보물섬' 전에 찍어놓은 것들인데, 이번에 저도 인지도가 높아져서 후반작업이나 모임에 가면 '잘 돼 좋다'며 '우리도 잘해보자'는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좋아해 주시고, 사랑해주시고, 보듬어주시고, 격려해주시고요. 종영 인터뷰를 도는 것도 '보물섬'을 통해 처음 해봤는데 이렇게 작품이 끝나고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돼요. 스터디하는 기분이에요.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