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아시아의 힘... 안은미의 '동방미래특급' 온다

현실과 환상 넘나드는 안은미의 독창적 안무
'아시아의 삶과 문화에 대한 고찰 녹아든 '동방미래특급'
"오리엔탈리즘 편견 깨부술 동시대 아시아인의 정서와 미감 보여줄 것"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독창적 안무로 세계 무대에서 일찍이 주목받아온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신작 '동방미래특급'이 다음달 2~4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된다. 세종문화회관과 안은미컴퍼니가 공동주최, 제작한 작품으로 아시아 각국 문화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안무를 담았다. 안은미 예술감독이 직접 디자인한 화려한 무대 미술과 의상디자인이 특징이다.
©Sukmu Yun and Jiyang Kim
©Sukmu Yun and Jiyang Kim
안은미는 2018년부터 국제적인 현지 리서치를 통해 아시아의 삶과 문화에 대한 관찰을 이어왔다. 안은미컴퍼니의 아시아 프로젝트는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드래곤즈'를 시작으로 '디어 누산타라: 잘란잘란'(2022), '웰컴 투 유어 코리아'(2023)로 이어졌다. 이번 신작 '동방미래특급'은 그 여정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안은미의 시선은 아시아의 예술가, 연구자, 비평가들과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동시대 아시아로 이어져왔다. '동방미래특급'을 위해 그는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발리,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서 머물며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 아시아적인 소재를 단순히 빌려오는 것이 아닌 그 안에 스며든 정서와 미감을 익히는게 리서치의 목적이었다. 이 세 지역에서 포착된 움직임 그리고 전통과 당대가 충돌하는 순간을 안무라는 언어로 새롭게 엮은 게 '동방미래특급'이라는 설명.
©Sukmu Yun and Jiyang Kim
©Sukmu Yun and Jiyang Kim
안은미 예술감독은 "너무 오래전에 명명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말의 말뚝을 빼내고 싶다"며 "아시아를 고정된 이미지로 소비해온 기존 시선을 초월하고 싶다"고 작품의 의의를 전했다. '동방미래특급'은 오랜 시간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아시아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에너지와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무대에 소환할 예정이다.

'동방미래특급'은 아시아의 다채로운 문화를 무대, 의상, 소품 디자인에 걸쳐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안은미는 아시아 각지에서 수집한 패브릭과 문양을 토대로 무대도 직접 디자인했다. 800여개 형형색색의 쟁반으로 채워진 무대는 수많은 섬과 해양으로 이뤄진 아시아의 지형을 은유한다. 쟁반을 꾸민 천의 패턴과 질감은 각 지역의 고유한 전통을 상징하며 작품의 메시지와 연결된다. 안은미가 직접 디자인한 의상 90여벌과 60여 종의 소품도 관객의 시각을 사로잡을 예정.
©Sukmu Yun and Jiyang Kim
©Sukmu Yun and Jiyang Kim
이번 신작의 음악은 30년 이상 안은미와 호흡을 맞춘 장영규가 맡는다. 안은미의 안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음악가로 불리는 장영규는 어어부프로젝트, 이날치 등 밴드 활동과 100편 이상의 영화 음악, 무용과 연극에서 독보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해온 인물이다. 최근 국립무용단 신작 '미인'에서도 배경이 아닌 '사운드 아트'를 보여줬다. 안은미와 장영규는 2022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은미와 영규와 현진'이라는 작품에서 실험적인 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동방미래특급'은 세종문화회관 초연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유럽 투어를 예정하고 있다. 이미 안은미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유럽 유수의 극장들이 보내는 러브콜이 뜨겁다. 독일 베를리너 페스트슈필레, 프랑스 파리 시립극장과 오를레앙 시립극장, 룩셈부르크 시립극장 등이 안은미와 이번 작품을 '공동제작'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