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말았네"…트럼프 변덕에 애플도 삼성도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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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마트폰 관세 면제 아냐"
'반도체 관세'로 전자제품도 부과
러트닉 "미국 내 제조 위한 조치"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와는 상반된 메시지를 내놔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예외가 발표된 적이 없다. 단지 다른 관세 부류로 옮겨갈 뿐"이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아이브스는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백악관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뉴스로 인해 업계와 투자자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고 이는 공급망, 재고, 수요를 계획하려는 기업들에 엄청난 불확실성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1일(현지시간)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 칩, 평면 디스플레이 등을 관세 면제 대상으로 포함한 '메모랜덤(각서)'을 공개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도 같은 날 이를 구체화한 문서에서 해당 품목이 포함을 명시한 명단을 발표했다.

중국에서 아이폰 약 80%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애플은 총 145%에 이르는 관세 폭탄을 맞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도 90일간 10%의 관세를 적용받는 베트남에서 북미향 스마트폰 대다수를 생산하고 있던 터라 안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나아가 범용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도 씻어낼 것으로 예상됐다. 관세 폭탄으로 전자제품 가격이 급등할 경우 판매량이 줄면서 D램·낸드 수요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어서다.
현지 매체들도 "많은 기술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광범위한 관세 면제 소식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찬물을 끼얹었다. 러트닉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반도체 관세와 의약품 관세를 한 두 달 내 발표할 것"이라며 "스마트폰, 컴퓨터, 평판 TV 디스플레이, 반도체 기반 저장장치 등 상호관세 면제 대상 품목들은 향후 반도체 관세 범주에 포함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직접 "누구도 불공정한 무역 수지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전자제품의 관세 면제가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언급하면서 혼란은 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월요일인 14일 반도체 품목별 관세에 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겠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전자제품을 포함하는 '반도체 관세'를 통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도 "이 관세는 미국 내 제조 유인을 위한 특별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아이폰 가격은 대당 3500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브스의 전망. 니덤의 로마 마틴 애널리스트도 애플이 미국 이전이 "현실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조차 생전에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미국 내 아이폰 생산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아이브스는 최근 "애플 공급망의 10%만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옮기더라도 3년의 시간과 300억달러(약 43조원)가 소요되고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트폰, 가전 등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강도 높은 압박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LG전자는 세탁기·건조기를 생산하던 미국 테네시 공장에 냉장고 생산라인을 신규 확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