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6번째 그랜드슬램 탄생…매킬로이 "꿈 포기하지 마세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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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 토너먼트
로리 매킬로이, 커리어그랜드슬램 마지막 퍼즐 맞춰
전반 디섐보, 후반 로즈 끈질긴 추격 받아
연장 끝 우승 "롤러코스터 같았다" 오열
쉽지는 않았다. 실책도 저지르고, 물에도 빠졌다. 추격자들의 압박에 연장까지 승부가 이어졌다. 그래도 끝까지 살아남아 결국 이뤄냈다.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가 14일(한국시간)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2100만달러)에서 우승하며 골프 역사상 여섯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남자 골프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진 사라젠과 벤 호건(이상 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에 이어 25년만에 매킬로이가 6번째 주인공이 됐다.

◆완벽한 스윙, 잡히지 않은 그린재킷
매킬로이의 가장 큰 매력은 아름답고 완벽한 스윙이다. 키 175cm, 운동선수로는 크지 않은 체구로 330야드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장타를 선보인다. 특히 단단한 하체와 유연한 상체로 만들어낸 꼬임을 최대한 활용하는 스윙은 가장 완벽한 시퀀스라고 평가받는다. 임팩트 이후에도 완벽한 밸런스로 피니시를 유지하는 모습은 모든 골퍼들의 로망이다. '황제' 우즈가 자신의 아들 찰리에게 "내 스윙 말고, 로리의 스윙을 보라"고 조언했을 정도다.
2007년 프로로 데뷔한 뒤 세계 톱랭커로 군림하며 US오픈(2011년), PGA 챔피언십(2012.2014년), 디오픈(2014년)을 휩쓸었지만 유독 '명인열전' 마스터스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매해 마스터스 우승을 위해 클럽도 바꾸고, 코치도 바꿨지만 그린재킷은 여전히 그의 몫이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 마스터스를 앞두고 매킬로이의 우승을 점치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었다. 출전 5개 대회에서 2승을 거뒀고, 대부분의 대회에서 톱10을 기록했다. 장타를 앞세워 공격에 나서는 플레이에서 좀더 절제하고 공략을 고민하는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한 결과다. 그는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와 경기하며 배운 점"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골프 전설' 니클라우스.플레이어.톰 왓슨도 한목소리로 "매킬로이가 우승할 것이고 우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매킬로이 역시 최선을 다했다. 그는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니클라우스를 찾아갔다고 한다. 오거스타내셔널에서만 6번 우승하며 이 코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그와 함께 한홀 한홀 플레이를 했다. 니클라우스는 "로리가 경기를 마친 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정확하게 내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였기 때문"이라며 "그는 우승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롤러코스터 플레이 끝에 "꿈 이뤘다"
1라운드에서만 해도 오거스타는 다시 한번 매킬로이를 거부하는 듯 했다. 전반에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지만 후반에 두개의 더블보기를 범하며 이븐파(72타)를 쳤다. 역대 마스터스 우승자들의 라운드 스코어 중 가장 높은 점수다.
그래도 2.3라운드에서 그는 본연의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매일 6타씩 줄이며 12언더파로 최종라운드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챔피언조에서 그를 만난 것은 브라이슨 디섐보(31.미국), 지난해 US오픈에서 매킬로이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안긴 주인공이다. LIV골프의 창립멤버이며 미국인인 그와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PGA투어와 LIV, 유럽과 미국의 대결전 양상까지 만들어졌다.
이날 최종라운드에서 매킬로이는 두명의 경쟁자와 싸웠다. 전반은 디섐보, 첫 홀부터 더블보기를 기록한 그는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고 2번홀에서는 1타 차 선두까지 내어줬다. 하지만 3번홀(파4)에서 매킬로이가 평정을 찾으면서 빠르게 달아났다. 10번홀(파4)에서 14언더파를 기록하며 4타 차 선두로까지 달아나면서 우승이 잡히는 듯 싶었다.
마지막 18번홀(파4), 매킬로이가 1.5m 파퍼트를 놓치며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작년 US오픈에서 1.5m 파퍼트를 놓쳐 역전패한 악몽이 살아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이어진 연장전에서 매킬로이는 완벽한 플레이로 버디를 먼저 잡아내 꿈에 그리던 그린재킷을 입었다.
우승이 확정되자 매킬로이는 그린에 주저앉아 주먹을 불끈 쥐고 눈물을 터트렸다. 그리고 자신의 퍼팅코치인 브래드 팩슨과 포옹하며 "롤러코스터 같았다"고 털어놨다. 꿈에 그리던 그린재킷을 입은 그는 말했다. "2011년 마스터스에서 4타차 선두를 놓친 이후 14년간 도전해왔고, 드디어 해냈습니다. 그때의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요? 그때의 전 세상을 몰랐고, 아직 더 많이 성장해야했어요. 꼭 말해주고 싶어요.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서 절대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그러면 어느순간 그 꿈이 이뤄져있을 거라고요."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