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난 '가성비' 배우…위기는 기회" [인터뷰+]

JTBC 주말드라마 '협상의 기술' 윤주노 역 배우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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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이 연기자와 사업가 2개의 자아를 '협상의 기술'을 통해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14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JTBC 주말드라마 '협상의 기술' 종영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하면서 다방면으로 배웠다"며 "연기 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 거 같다"면서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바람을 거듭 드러냈다.

'협상의 기술'은 전설의 협상가로 불리는 대기업의 M&A 전문가와 그 팀의 활약상을 담은 드라마다. 이제훈은 전설의 협상가 윤주노 역을 맡았다. 준수한 얼굴에 하얀 머리, 관리된 몸매로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외모를 자랑하는 윤주노를 연기하기 위해 이제훈은 매 촬영마다 3~4시간씩 특수 분장을 했고, 그의 변신과 열연에 힘입어 '협상의 기술'은 첫 방송 시청률 3.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기준)로 시작해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마지막회 10.3%로 마무리했다.

SBS '모범택시' 시리즈와 MBC '수사반장 1958'에 이어 '협상의 기술'까지 성공시킨 이제훈은 "운이 좋았다"면서 웃었다. "문장을 하고 연기를 오래하면 머리에 열이 올랐다"고 후유증을 전하면서도 "이런 기회를 또 언제 해보겠냐"면서 긍정 에너지를 뽐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가성비 배우'라고 칭하기도 했다.

배우 이동휘, 김은비 등이 있는 매니지먼트사 컴퍼니온의 대표이기도 한 이제훈은 스타트업이었던 마켓컬리에 투자해 200배에 추산되는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엔젤투자자(개인투자자)이기도 하다. 이제는 "국내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투자 범위를 확대했다"는 이제훈은 그러면서도 "공부하고 알수록 이전처럼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저도 잃을 때도 있다"면서 웃었다.

다만 현재의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해 "인간은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며 "이 상황이 오히려 기회"라며 미국 주식을 추가로 매입한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음은 이제훈과 일문일답.
/사진=컴퍼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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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가 끝났다.

=자정을 넘기고 드라마가 끝났는데, 바로 이렇게 소감을 말하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감독님, 제작진, 배우들이 모여 방송 전에 최종화를 보고 회식도 했다. 오늘 인터뷰를 위해 저는 조금 일찍 마치고 집에 와서 본방송을 봤다. 이렇게 끝난다는게 어떤 작품보다 아쉽다. 당장이라도 이번 주말에 다음 얘기가 방송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여운이 많이 남는다.

▲ 시즌2를 염두에 둔 듯한 결말이었다.

=그렇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쓰여질 가능성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저는 후속 이야기가 쓰여지길 바라는 한 사람이다.

▲ '시그널'과 '모범택시'도 시즌제를 이어오면서 '시즌제 전문 배우'라는 말도 나온다. 보면 각이 나오나.

=이 작품 같은 경우 미국 드라마처럼 시즌 5 이상 갈 수 있는 스토리 갔다. 방송사, 제작사 모두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만들여주시길 바란다.

▲ 최고 시청률, 글로벌 인기 속에 마무리됐다.

=소재가 쉽지 않겠다 했지만, 내면의 이야기는 보편적으로 보였다. 이렇게 사람들이 보기 시작해서 이렇게 많이 유입되는 지표를 보니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협상의 기술'이라는 제목 자체가 딱딱하거나 차가워보일 수 있지만, 세상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거기 때문에 더 사람들이 몰입해서 봐주시지 않나 싶다. 시청률이 첫회와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는데, 몰입해서 봐주시는 거 같아서 감사하다.

▲ 그렇게 시청률이 좋은 작품을 계속 한다. 그런 작품을 '선택하는 기술'이 있나.

= 운이 좋았다. 제가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본다. 많이 보다보니 취향이 넓어졌고, 세상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질지 생각하게 된 거 같다. 인생 살면서 쓰는 시간 안에 즐길 거리도 많고, 쉬고 쉽기도 한데, 드라마를 보는 것에 시간과 돈을 들이는 거 아닌가. 그래서 제가 보는 작품으로는 아깝지 않은 시간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시청자들에게 의미있고 가치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니 그게 작품을 보면서 투영이 되는 거 같다.

▲ 연출자인 안판석 감독의 팬이라고 했다. 함께해보니 어떻던가.

= 안 감독님 작품을 거의다 봤는데, 언제 만날지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있었다. 이렇게 만나서 너무 기뻤다. 이 작품에 대한 대본을 받기 전에 안 감독님 연출이라는 얘길 듣고 대본을 봤다. 최근에 했던 작품들은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가 짙게 있는데, 이번엔 그런게 크게 없이 '햐얀거탑' 같은 장르의 드라마라 더 궁금증이 컸고, 어떻게 연출을 할 지 기대감이 상당했다. 감독님은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고, 그 노력과 결실이 작품에 담겨지더라.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지명이나 이런 것들도 최대한 지금 쓰는 것으로 채워지고, 항상 연출을 할 때 '가짜'라는 인상을 주는 것을 경계하셨다. 저도 진실에 가까운 마음과 표현으로 인물에 접근했다. 그게 저에게 즐겁고 행복했다. 또 안 감독님 현장은 불안할 정도로 항상 일찍 끝났다. 현장은 항상 늦고, 다음 회차를 기약하는 게 부지기수인데, 스케줄표를 정확하게 지키셨다. 감독님이 갖고 계신 목표 지향점이 분명하고, 계산이 명확하다보니 상황적인 오차가 거의 없었다. 여기에 함께한 배우들도 처음 만나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 어느곳보다 철저하게 다 준비가 돼 있었다. 그래서 저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완벽한 준비로 앙상블을 보여주니 '이러니 계획한대로 빨리 끝날 수 밖에 없구나' 싶었다.

▲ 땅에 발을 붙이고 연기했다고 했다.

= 작품을 통해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작품이 주는 미덕이라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작품은 조금만 기사를 찾아봐도 지금 보여지는 스토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편으로 너무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하면 나은 세상을 만들까에 대한 고민을 다들 하는데, 그게 쉽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람이 하는 거 아닌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윈윈할 수 있는 걸 도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이 드라마를 통해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드러났고, 저 역시 그분을 배웠다.

▲ 회사를 직접 경영한다. '협상의 기술'을 통해 경영자로서 배운게 있나.

= 많이 배웠다. 2021년부터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감정적으로 동요되고 표출될 때가 많았다. 그걸 감추려 하고,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이건 너무 불합리하지 않나', '왜 나에게 이러나' 그런 상황들이 끊임없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괜히 회사를 차려서 이러고 있나', '배우 일만 하기에도 정신없는데' 이랬다. 그런데 윤주노를 만나면서 어떻게 하면 더 현명하게 회사를 이끌고 사람을 만나며 협상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웠다. 결국엔 진실성인거 같다. 내가 왜 이것을 원하고 하고 싶은지, 이걸 하기 위해 상대방은 무엇을 원하는지, 그걸 까놓고 얘기하는 거다. 그러면서 애둘러서 혹은 돌려서 감추는 걸 덜하게 된 거 같다. 얘기할 땐 제가 가진 솔직함과 진실성을 가감없이 보여주려 한다. 그게 듣는 사람에게 전달된다면 못해낼 게 없다고 생각한다.

▲ 그 불합리한 게 뭐였을까.

= 작품을 해석하는 방향성? 그걸 보여주고자하는 욕망이 있지만, 보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작품을 할 때 어떻게 남는 기억되고 싶냐, 이게 휘발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얘길 끊임없이 하게되는 게 좋은 작품이라 생각해서 그런 얘길 한다. 현실적으론 개런티나 촬영일수가 될 수 있고. 이거 말고도 다른 스케줄도 있는데, 그걸 조율하는 과정들이 계속 끊임없이 있더라.

▲ 윤주노와 비교할 때 어떤 리더인가.

= 앞에서는 관대한 사람인거처럼 하는데, 혼자 있을 땐 머리를 쥐어뜯거나 한다. 그러면서 많이 배운게, 결국엔 해결되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거기 때문에 당장에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거보다 결국엔 극복하고 긍정적으로 나아가겠다는 기대감과 마음으로 행동한다면 못할 게 없다는 거다. 이제는 문제점이 생겼으면 의논하고 타계해보자고 한다. 작품마다 위기와 문제가 생기는데 그걸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마인드가 생겼다.

▲ '앤젤투자자'이기도 하다. 윤주노의 투자를 보면서 배우거나 반성한 부분이 있나.

= 저도 관심을 갖고 있고, 들여다보곤 있는데, 그 미래에 대해 예측을 하고 기대감을 갖는게 섣부를 수 있고 항상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제 경험들로 나름대로의 포트폴리오가 쌓이는데, 더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있다. 몰랐을 때보다 과감성도 줄었다.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더 어려움을 겪는다. 아는 게 많아져서 더 어려운 게 아이러니한데 저는 그렇다. 다만 현 상황은 기회같다. 이런 변동성의 상황은 이전에도 있었다. 인간은 회복 의지가 있고, 그 위기를 극복하고 상승할거라고 본다. 지금 관점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기회라고 본다. 미국 주식에도 추가로 넣었다.

▲ 투자에 실패하고, 돈을 잃은 적도 있나.

= 당연하다. 금액이 크진 않다. 각자 자신이 가진 자산을 다양하게 하는데, 제가 어떤 분야에 넣을 때 투자를 많이 하진 않는다. 예전엔 국내만 봤다면 요즘은 해외까지 돌아가면서 접근하니 많이 분산돼 있었다. 선진국만 하는게 안정적이라고 하는데 개발도상국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을 거란 판단도 드니까 그쪽으로도 관심을 둔다. 결과로서의 끝을 보려고 하는데, 죽을 때까지 제 끝이 있을까 생각을 한다면 욕심과 욕망은 끝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자산이 상승하길 바라는데, 그러기 위해 행동을 하고, 행동에 따른 리스크를 안고 간다. 그런 업앤다운이 공존하는 게 인생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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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코', '멜로'를 원한다고 했는데, 안판석 감독이 왜 장르물로 제안했는지 서운함은 없나.

= 서운함과 아쉬움보다는 이번 작품으로 인연이 됐기에 다음 작품을 한다면, '협상의 기술2'가 된다면 행복하겠지만, 로코나 멜로를 하실 때 저를 생각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거 같다.(웃음)

▲ 캐릭터 특성상 분장 시간이 길었다.

= 윤주노는 냉철한 판단력, 차가운 이성을 보여줘야했다. 그런데 촬영하는 넉달을 그렇게 보여줘야하니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다. 테스트만 해보자며 특수분장에 가깝게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데, 카메라의 담긴 모습을 보면서 다들 만족스러운 모습이 나왔다고 하더라.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 하게 됐다. 미스터리함과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게 하는데 장치로 백발같이 탁월한 장치가 있나 싶다. 이런 모습을 다른 작품에서 할 수 있을까 싶다.

▲ 분장에 오래걸리면, 부작용도 있을 거 같다.

= 촬영 전에 3시간 정도 분장을 했다. 그리고 그걸 유지하고, 제거를 할 때도 시간이 필요했다. 하다보면 머리에 열도 나고 뜨겁고 했다. 그래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다.(웃음) 거기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윤주노라는 인물을 내가 입고 연기하는 것에 만족감을 더 크게 느끼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또 할 수 있냐'고 했을 때, 고통은 있지만 '기꺼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 시즌이 계속 된다면 진짜 제 백발로 할 수 있을 거 같다.

▲ 이 작품이 끝나고 나서도 여러 작품이 남아있다. '시그널'과 '모범택시'도 촬영 중이다.

= 스케줄 조율을 하는 게, 항상 죄송하다. 양측에서 '협상'을 해왔다. 저는 스스로를 내려놓았다. '마음대로 하셔라'라고 했다. 올해는 내 인생은 없다. 움직이는대로 가겠다. '언제쉬세요', '언제 개인의 행복을 찾으세요' 한다면, 올해는 포기했다. 작품을 통해 잘 농사짓고 싶다. 무사히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 번아웃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 번아웃이 왔다가 간거 같다. 런닝을 할 때 너무 힘들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이 온다고 하지 않나. 한계를 넘어 정신과 육체가 자신을 지배해 계속해서 끊임없이 달려가는 그 상황인거다. 비로소 쉴 수 있을 때 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거 같다. 예전에 드라마 찍을 때 밤새고 그럴 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며 '괴롭다'했다. 요즘엔 그런 과정 자체가 힘들지만,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상황에 대한 불평불만보다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더 크다. '내가 이 일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구나' 느낀다.

▲ 왜 이렇게 사랑받는걸까.

= 잘 모르겠다. 다만 이 배우는 작품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는 사람이구나, 열과 성을 다해 갈아넣는구나, 알아주시는 게 아닐까. 자기 자신이 보여지는 것보다 '내가 어떻게 쓰였으면 좋겠는지 생각하는 마음'이 전달된 거 같다. 그래서 '가성비도 괜찮고 쓸만하네' 이런 평이 나오는게 아닌가(웃음) 싶다. 제 출연료는 항상 윈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출연료를 받고 은퇴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가격으로 평가받고 싶지 않고 가치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배우로서 가치를 이 작품을 통해 빛을 내고 싶다. 계속해서 쓰임을 받길 원한다.

▲ 예능도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데 드라마에 비해서 성과는 많이 나오지 않는 거 같다.

= 지상파 뿐 아니라 유튜브 콘텐츠도 많이 나가려 한다. 기회가 있다면 즐기는 시청자와 구독자로서 많이 참여하고 싶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을 하고 있는데,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은 있고, 도전하고 싶기도 하는데 '나에게 가장 중요하는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배우로서의 롤인거 같다. 배우로서 작품을 참여하는데 더 많이 집중해야 하고, 그게 가장 중요한 중심으로서 잘 이행돼야 다른 걸 할 수 있는 거 같다. 솔직히 잘하고 싶은데 엄두를 못내는 상황이다. 촬영이 다 끝나면 또 잘 만들어가고 싶다. 일시적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채널이 남아서 계속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제훈씨네'를 보면서 각각의 독립영화 극장들이 남아있길 바라고, 앞으로 찾아갈 곳도 계속 잘 운영되길 바란다. 또 기회가 된다면 게스트도 초대하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