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재선 KGM 회장 "현대차가 진출 안하는 남태평양 피지서 차 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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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선 KG그룹 회장 인터뷰
"발로 뛰며 1천대씩 팔아 1만대 파는 게 목표"
“현대차·기아는 큰 물, 우리는 작은 물에서 승부”
“자동차 산업, 독자 생존 어려워… KGM도 협력할듯”
여러 사업 인수 경험에도... “자동차가 가장 어렵다"

그랬던 쌍용차는 사명을 KG모빌리티(KGM)으로 바꾼 뒤 지난해 2년 연속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2021년 2만8133대에 그쳤던 해외 수출 물량은 지난해 6만2378대로 급증했다.
곽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세곡동 KGM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실적 개선에 대해 “우리는 직원들이 전부 다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부품이 없으면 말단 직원부터 사장까지 부품사를 찾아가 재고를 가져온다”며 “이런 게 비용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도요타 등) 덩치 큰 놈 많을 때 덩치 작은 애들은 작은 데 가서 노는 게 실속”이라며 “한 시장에서 1만대를 팔기보다 여러 시장에서 1000대씩 팔아 1만대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강조했다.
곽 회장은 KGM의 경영 전략을 ‘저인망식 판매’라고 소개했다. 그는 “재작년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현대차·기아는 큰물에서 많은 물고기를 잡고, 우리는 작은 물에서 다양한 물고기를 잡겠다'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에 4~5대가 팔리는 피지, 폴리네시아, 말리 등의 나라에서는 KGM이 굉장히 훌륭한 차가 될 수 있다”며 “이게 우리나라 경제에도 훨신 낫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등이 미국 시장에 뛰어들 때 KGM은 시장 규모가 작은 곳으로 시선을 돌리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KGM의 수출 물량(6만2378대) 중 17.8%(1만1121대)는 튀르키예에서 판매됐다. 이어 헝가리(17.4%) 스페인(9.1%) 영국(9.1%) 순이다. 그는 “튀르키예는 우리 전기차가 현대차, 기아가 앞설 정도로 많이 팔리고 있다”며 시장 다변화 정책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워 당장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곽 회장은 규모가 비교적 작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현지 딜러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곽 회장은 “GM은 현대차, 기아와 같은 직영제도가 없어 딜러제도를 잘 활용해야 한다. 여러 브랜드 차를 파는 해외딜러 입장에서는 KGM은 '원오브뎀'(여럿 중 하나)”이라며 “그래서 재작년부터 직접 딜러들을 만나 우리 차를 전시장에 놔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도 11개국 대리점 딜러 20여명이 참석한 무쏘EV 시승행사 직후 진행됐다.
향후 자동차 시장 전망에는 현대차그룹과 GM의 협력을 거론한 뒤 “앞으로 자동차 시장은 혼자서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KGM도 그렇게 해야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다른 기업과의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또 “하이브리드카, 내연기관, 전기차가 적어도 10년 간은 3대3대3 비율로 공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 회장은 1985년 건설·플랜트업체인 ‘세일기공’을 창립한 이후 언론사 이데일리(2010년), 정보기술(IT) 업체 KG이니시스와 KG모빌리언스(2011년)를 비롯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KFC(2017년)와 할리스커피(2020년) 등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대해 온 M&A 전문가다. 경영난을 겪던 동부제철(현 KG스틸)을 2019년 인수해 5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기도 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 지 40년이 됐지만 자동차 사업이 제일 힘들다. 하루에도 열 번씩 왜 인수했나 싶다"라면서도 "제가 KGM의 7번째 회장인데 8번째 회장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동차산업은 BtoB(기업대 기업)와 BtoC(기업대 소비자)가 각각 50%씩인 산업이고, 이 두 가지가 시차가 다르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며 “최대한 비용을 적게 들이고 자동차를 만들어야 해서 시장 한군데 '몰빵'하기보다 작은 시장을 넓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관세 대응에는 “뭐든지 정치가 먼저 가고 경제가 후행하는 건데 정치 지형이 패권 국가로 갈 것”이라며 “통상 정책도 동맹이 아니라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지 안한지를 먼저 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우리 기업인들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