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술술' 北여행가이드…'김정은 후계자' 질문에 깜짝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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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국제마라톤' 참가 외국인들 후기 영상 속속 공개

약 23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영국인 유튜버 해리 재거드는 지난 14일 평양 단체 관광을 하면서 수시로 북한 가이드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평양국가도서관에서 한복을 입은 한 직원은 관광객들에게 "과거 발행된 책의 전자판이나 전자책으로 제작된 책을 볼 수 있다"라고 안내했다. 유튜버가 직원에게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묻자 가이드는 "당연히 우리나라 책을 좋아한다"며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영어로 답했다. 도서관에는 낡았지만 '해리포터' 원서 등 영문 서적도 있었다.
재거드는 "카메라 밖에서는 그들이 좋아하고 실제로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만 카메라를 보여주는 즉시 'NPC'(게임에서 특성이 없는 집단화된 캐릭터를 가리킴)모드로 돌아가 '우리는 노동당의 음악, 책을 사랑한다'라고 말해서 마치 대본과 같아진다"라고 그들과 대화를 나눈 소감을 말했다.

또 "김정은(노동당 총비서)에게 딸이 있느냐"라고 말을 걸자 가이드는 곧바로 "그렇다"라고 답했지만 재거드 씨가 "그녀가 다음 리더가 될 것 같은가"라고 묻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잘 모르겠다(I'm not sure)"라고 말을 흐리는 장면도 있었다.
북한은 과거부터 외국어 능력을 중시 여겨 의무교육 시기 때부터 외국어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유학 등을 통해 외국의 선진화된 기술을 습득하려는 의도와, 관광 자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관광객들의 영상에서는 보다 더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구사하는 가이드들의 모습이 확인된다. 특히 최고지도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도 과거와같이 경직되지 않고 비교적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이 경어 없이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말해도 제지하거나 경색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황을 넘어가는 회화 능력을 엿볼 수 있다. 북한이 외국어 교육에 있어 문법보다 회화 능력을 더 중시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5년 만에 재개했던 외국인 관광을 3월 중순에 전격 중단한 바 있다. 5년 만에 열린 북한 관광에 호기심을 가진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의 '무분별한' 콘텐츠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평양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이들이 올리는 영상을 보면 북한 측의 사전 검열이나 촬영 제한 등의 조치가 엿보이진 않는다. 이들도 북한 측이 촬영을 제지했다거나 많은 제한을 가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평양 마라톤 대회를 계기로 중단됐던 관광이 완전 복구된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6월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의 개장을 앞두고 있는데, 이때가 중단됐던 관광의 재개 시점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