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反독점' 첫 재판…"인스타·왓츠앱 인수해 독점" vs "유튜브·틱톡과도 경쟁"

메타 반독점 소송 첫 재판 열려
FTC, 인스타·왓츠앱 인수 지적
"경쟁자 매수로 독점 지위 확보"
메타 "숏폼과도 경쟁, 독점 아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사진=AF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사진=AFP·연합뉴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을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 첫 재판이 시작됐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소송을 제기한 지 약 5년 만이다. FTC는 메타가 소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메타 측은 "유튜브·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과 경쟁한다"면서 FTC가 시장 구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이날 메타의 반독점 소송 첫 재판을 진행했다. FTC는 2020년 메타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불법적으로 인수해 경쟁사를 억압하고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면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FTC는 이날 재판에서도 같은 주장을 이어갔다. FTC를 대리하는 대니얼 매더슨 변호사는 모두 진술을 통해 "메타는 경쟁이 너무 어렵다고 판단했고 경쟁하기보다 경쟁자들을 매수하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메타는 FTC가 시장 자체를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페이스북은 기존 SNS뿐 아니라 틱톡, 유튜브, X(엑스·옛 트위터) 등 더 다양한 플랫폼과 폭넓은 온라인 생태계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FTC는 메타가 인스타그램·왓츠앱을 인수한 이후 페이스북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투자를 줄이게 됐다고 맞받아쳤다. 또 사용자들이 다양한 소셜미디어 앱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박탈당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메타 최고경영진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페이스북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을 증거로 제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새로운 경쟁자가 다시 그들의 규모에 근접하기 전에 그들의 서비스를 회사에 통합할 시간을 벌고 있다"고 인정한 내부 메시지도 공개했다.

메타 측은 시장의 범위를 넓게 봐야 한다는 점을 거듭 파고들었다. 메타 대리를 맡은 마크 한센 변호사는 숏폼 공유 플랫폼인 틱톡 돌풍에 맞서 메타가 인스타그램에 '릴스'라는 짧은 영상 서비스를 출시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기존 SNS만 경쟁자로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센 변호사는 "FTC의 소송 전체는 '인스타그램이 틱톡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FTC는 소비자들이 독점적 지위 획득 이후 가격이 인상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기존 반독점 소송 전략을 따르지 않았다. 이보다는 메타의 반경쟁적 행위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매더슨 변호사는 과거 한 정치컨설팅 회사가 페이스북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한 사실이 알려져 만족도가 떨어졌는데도 독점적 지위로 인해 소비자들이 다른 SNS를 선택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메타 측은 통상적인 반독점 소송에서 쟁점이 되는 가격 인상 여부를 앞세워 대응했다.
한센 변호사는 "메타가 소위 독점 기업이 되기 전에 어떤 가격을 부과했나"라며 "그것은 제로였고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유지됐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규제당국 측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인터넷 플랫폼들이 독점적 지위로 경쟁과 소비자 선택을 억누르고 있다는 빅테크 비판론에 기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소송이 처음 제기된 때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였다. 하지만 당시 소송은 2021년 6월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정부가 '개인 소셜 네트워킹' 시장에서 페이스북이 독점력을 갖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봤다.

FTC는 이에 2021년 8월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정부가 증거를 보강한 점을 받아들여 소송을 진행했다. 메타는 법원이 이번 소송에서 FTC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매각하게 될 수 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