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에 만원' 스타벅스 커피 대박 난 이유가…뜻밖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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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아니면 메가커피 간다"
커피 '1500원 vs 1만원' 둘 다 '불티'
커피 한 잔도 '양극화 시대'
스벅 매출 성장·저가커피 실적도 고공행진
이디야 등 설자리 잃은 중가 브랜드

비슷한 시간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카페. 문 앞에는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이곳은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한잔에 1500원, 아이스 커피는 2000원이다.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고 있던 박 모씨(35)는 "남자친구를 만나거나 친한 친구를 만나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는 고급 커피를 마시기도 하는데 일하면서 마실 커피가 필요할 때는 주로 저가 커피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정체기에 접어든 한국 커피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적당한 가격대의 적당한 맛을 내세운 커피는 판매가 둔화하는 추세다. 이 보다는 특별한 맛을 볼 수 있는 최고급 커피나 아예 싼값에 즐길 수 있는 저가 커피 시장이 커지고 있다.
아주 비싸거나 아예 싸거나
15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등 고가 프랜차이즈는 꾸준히 매출을 끌어올렸으며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 등 저가 브랜드도 가성비를 앞세워 급성장했다. 반면 중가 커피 브랜드로 자리 잡은 이디야는 매출과 가맹점 수가 모두 줄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고가 브랜드 간의 경쟁에서도 폴바셋·커피빈 등은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며 영업이익이 역성장했다.SCK컴퍼니가 운영하는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3조100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매출 3조 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 역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국내 커피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투썸플레이스도 지난해 매출이 8.3% 늘어난 5200억 원, 영업이익은 25.3% 증가한 326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다.

반면 이디야는 지난해 매출이 24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2% 줄며 2년 연속 매출 역성장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7억원으로 소폭 개선됐지만, 수익성 회복만으로는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란 간판' 수두룩…거리 점령한 저가 카페들
가맹점 수 변동에서도 커피 전문점 시장의 흐름은 뚜렷했다. 직영 체제를 유지하는 스타벅스·폴바셋·커피빈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하면 저가 커피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가맹점 확장이 두드러졌다.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메가MGC커피의 지난해 가맹점 수는 2681개로 전년보다 500개 이상 증가했다. 컴포즈커피와 빽다방도 각각 약 400개, 200개씩 매장이 늘었다. 지난 한해 동안 전국에 저가 커피 3사의 매장만 1000개 이상 생겨난 셈이다.
반면 한때 전국 3000개 이상 매장을 운영했던 이디야는 2805개로 줄었다. 1년 새 200개 가까운 가맹점이 문을 닫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디야의 부진을 두고 저가 커피의 가성비와 고가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 사이에서 브랜드 포지션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커피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