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자리도 씨가 말랐어요"…직격탄 맞은 청년구직자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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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채용 공고 2020년 대비 60% 급감
탄핵에 트럼프 관세 여파까지
제조업마저 채용 인원 20% '뚝'

최근 구직자가 체감하는 '채용 가뭄'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내수 장기 침체와 수출 둔화가 겹친 복합 악재 위에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탄핵 정국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채용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통계청이 제공하는 '빅데이터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온라인 채용 모집 인원 수는 4주 이동 평균 기준으로 2020년 1월 대비 57.9% 감소했다. 5년 전보다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통계청이 해당 지표를 제공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역대 최악에 가까운 수치다.
온라인 채용 모집 인원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빠르게 감소해 2020년 5월 초 대유행 직전보다 25%가량 줄었고, 이후 거리두기 규제와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등에 따라 증감을 반복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채용 모집 인원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해, 10월에는 2020년 1월 대비 약 40% 감소했다. 이후 연말~연초에도 감소세를 이어가 2월 초에는 4주 이동 평균 69.7% 줄어, 역대 최고 감소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3월부터 본격적인 채용 시즌이 시작되며 감소율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코로나 대유행 시기를 뛰어넘는 채용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상반기 채용 시즌을 앞두고도 이렇다 할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아 고용 시장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종별로는 사업 지원 서비스업에서 채용 감소가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달 29일 기준 해당 업종 채용 모집 인원은 2020년 1월 대비 89.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서비스(-49.8%), 식료품 및 의류(-35.3%), 오락 스포츠 및 문화(-32.5%)도 채용 모집 인원이 크게 줄면서 고용 한파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심지어 채용 수요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던 제조업에서도 모집 인원이 2020년 1월 대비 20.3% 줄어, 구직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코로나19 와중에도 그나마 굳건했던 제조업 채용마저 악화한 것은 내수만 아니라 수출 전반에 걸친 경기 위축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채용 위축이 경력이 짧은 청년 구직자들에게 더욱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우선하는 세태가 강해진 결과 사회 초년생들의 고충이 우려된다.
한국은행 고용연구팀 채민석 과장과 조사총괄팀 장수정 조사역은 지난 2월 경력직 채용과 청년 고용 간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에서 "경력직 채용 증가는 기업의 경쟁력 유지에 도움이 되나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들의 고용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사회 초년생인 25~29세 취업자 수는 242만명으로, 1년 전보다 9만8000명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 2013년 3분기(-10.3만명)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었다.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12·3 비상계엄 선포·해제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폭된 점 역시 불과 반년 사이 빠르게 심화한 채용 한파의 주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인 이상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달 말 공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지난해(66.8%)보다 6%포인트(p) 줄어든 60.8%로 2022년 이후 가장 작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