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 한 손님 태운 부부 택시기사의 기지…보이스피싱범 잡았다

서울 강동경찰서, 검거 기여한 부부에 보상금
강동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로 범인을 검거하는데 기여한 신고자에 대해 감사장 및 신고보상금을 수여했다고 15일 밝혔다. 사진=강동경찰서
강동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로 범인을 검거하는데 기여한 신고자에 대해 감사장 및 신고보상금을 수여했다고 15일 밝혔다. 사진=강동경찰서
남편과 아내가 모두 택시를 몰며 생계를 꾸리는 부부 택시기사가 기지를 발휘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거책을 잡고 피해를 막았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에 기여한 A씨 부부에게 감사장과 신고보상금을 전달했다고 15일 밝혔다. 남편과 아내가 모두 택시를 모는 A씨 부부는 지난달 19일 공교롭게 같은 승객을 태우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경찰에 따르면 아내 C씨가 이날 오후 2시께 경기 화성시에서 60대 남성 승객 B씨를 태운 직후 남편 A씨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남편은 5분도 안 되는 짧은 거리를 이동하려 택시를 부른 '수상한 손님'이 있었는데, 그 수상한 손님이 자신의 택시에서 내리고 5분여 만에 아내가 모는 택시로 옮겨타는 것을 봤다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에게 인상착의를 물어 수상한 손님이 자신의 택시에 탄 사람임을 확인하고는 남편과 통화를 이어갔다. 승객 B씨가 느닷없이 목적지를 강동구로 바꾸고 초조한 듯 예상 도착시간을 계속 물어보는 등 수상한 행동을 이어가자 아내는 남편에게 경찰 신고를 요청했다. 남편은 아내와 계속 연락하며 경찰에 택시의 위치와 목적지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강동구 한 거리에서 B씨를 검거했다. B씨는 정부기관 사칭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에게 수표 3억8000만원을 건네받고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B씨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수표를 압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김병주 강동경찰서장은 "부부의 합심 덕분에 보이스피싱 범인을 검거하고 고액 피해를 예방한 매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