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피눈물 나겠다'던 9900원 빵 뷔페…직접 가보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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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뚜레쥬르 압구정 본점 방문기
"환경 보호를 위해 드실 만큼만 담아주세요"
빵 남기면 바로 수거…퇴식구 바빠진 손놀림

이 행사는 9900원으로 원하는 만큼의 빵은 물론 커피(우유, 차 등도 가능) 1잔까지 즐길 수 있는 이벤트다. 1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이 있긴 하지만 빵값이 만만치 않은 요즘 가성비 맛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도 뚜레쥬르 빵 뷔페를 체험하려는 발길은 여전히 이어졌다.

오전 7시 입장 직후 직원은 "환경 보호를 위해 드실 만큼만 담아달라"는 안내 멘트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빵을 담은 후 계산대에서 그린플레이트 결제하면 영수증이 제공된다. 리필을 원하면 다시 영수증을 보여주면 된다. 대부분 손님은 1~2번 리필하며 다양한 빵을 즐겼다.
이날 기자도 빵뷔페를 직접 이용해봤다. 입장과 동시에 손에 쥐어진 초록색 접시. 매장 한쪽에 마련된 빵 판매대에는 크루아상, 페이스트리, 소금 빵, 크림빵, 에그타르트 등 다양한 종류의 빵이 가득 진열돼 있다.
고른 메뉴는 얼그레이크림번(4000원), 에그마요 소금버터롤(4500원), 소시지 페이스트리(4200원). 여기에 페퍼민트 아이스(4500원)를 곁들였다. 정가로 계산하면 총 1만7200원이지만 이 모든 구성을 그보다 7300원 저렴한 단 9900원에 즐길 수 있었다. '가성비 맛집'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빵은 모두 당일 아침 구워 신선했다. 인기 품목은 금세 사라졌지만, 직원들은 실시간으로 새로운 빵을 진열해 비워진 공간이 생기지 않았다. 식은 빵은 매장 내 마련된 오븐을 이용해 따뜻하게 데워먹을 수 있다.
이런 논란 때문인지 이날 퇴식구에서는 영상에서처럼 극심한 음식 낭비는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여전히 다 먹지 않은 빵이 버려지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일부 손님은 식빵 속만 파먹거나 네 종류 이상의 빵을 한 입씩 맛본 후 접시에 남겼다. 퇴식구에는 여전히 먹다 남긴 빵이 놓여 있었고, 이를 촬영하려 하자 "사진은 안 된다"는 직원의 제지가 들어왔다. 남은 빵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이용 안내문은 원래 비치돼 있었고, 안내 멘트도 기존엔 2~3번 하던 것을 지금 5~6번으로 늘려 고객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이전보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아, 지금은 빵을 거의 남기지 않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이용 안내문에는 이용 방법과 함께 '환경 보호를 위하여 꼭 드실 만큼만 담아달라'는 멘트가 쓰여있다.
하지만 제도적 변화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빵을 소분해 제공하거나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등의 실질적 조치는 시행되지 않았다. '영수증만 보여주면 재입장이 가능하다'는 운영 방식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SNS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비판이 이어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튜브 영상에서는 "새벽같이 와서 본전을 뽑으려는 건지, 화풀이인지 모르겠다", "제빵사의 노력이 무시당하는 기분"이라는 반응도 확인됐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CJ푸드빌 관계자는 "그린플레이트는 기간 한정 이벤트성 프로모션으로 그동안 이용 안내문이나 SNS 채널 등을 통해 고객분들에게 안내를 해왔다"며 "남은 빵 등에 대해서는 고객 고지와 안내를 강화하며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린 플레이트'는 뚜레쥬르가 'TLJ'로 리브랜딩 하며 강남·압구정 직영점에서 운영 중인 이벤트다. 9900원에 음료 1잔과 함께 빵을 1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강남점은 주말마다 오전 8시부터 10시 반까지 선착순 90명을, 압구정점은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선착순 50명을 한정해서 받고 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