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손님 수상해요"…보이스피싱 막은 택시기사 부부의 직감

수거책 태운 뒤 112 신고
3억8000만원 피해 막아
경찰, 감사장·보상금 전달
강동경찰서가 15일 신고자 A씨 부부에게 감사장 및 신고보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 사진=강동경찰서
강동경찰서가 15일 신고자 A씨 부부에게 감사장 및 신고보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 사진=강동경찰서
택시기사 일을 하는 부부가 남다른 기지로 보이스피싱 범죄자를 검거했다. 3억원 상당의 피해를 막았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혐의로 60대 남성 C씨를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수거책 검거에 기여한 택시기사 A씨 부부에게는 강동경찰서장이 직접 감사장과 신고 보상금을 14일 전달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후 2시께 아내 A씨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택시 호출을 받고 60대 남성 승객 C씨를 태웠다. 이를 인근에서 지켜보던 남편 B씨는 C씨가 자신이 얼마 전 태웠던 승객임을 알아보고, 아내에게 “수상한 손님 같다”고 전했다.

A씨는 C씨가 이동 중 목적지를 경기도 광명에서 서울 강동구로 바꾸고, 도착 시간을 반복해서 묻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이자 남편인 B씨에게 112 신고를 요청했다. 이후 A씨는 목적지로 향하면서 경찰에게 택시 위치와 경로를 공유했고 목적지인 서울 강동구에서 C씨를 검거할 수 있게 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정부 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거책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택시에 탑승하기 직전 피해자로부터 수표 3억8000만 원을 건네받아 이동 중이었다. 경찰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B씨를 체포하고 압수한 수표는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김병주 서울강동경찰서장은 “부부의 기지로 고액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신고에 나서 준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