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와요"…해외여행 앞두고 '날벼락' [차은지의 에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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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오르면 항공사 비용 늘고 해외여행 수요 감소
항공사들 "유가 하락으로 환율 비용 상쇄 중이나 상황 예의주시"

15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급격히 커진 환율 변동성과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항공업계가 상호관세의 직접 영향권은 아니지만, 항공기 리스 비용과 유류비·정비비 등 주요 고정비용을 모두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큰 영향을 받는 업종이다.
달러 강세로 환율이 오르면 평가손익은 그만큼 커진다. 지난해 대한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350억원 규모로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고환율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도 항공사 입장에선 부담이다. 최근 달러뿐 아니라 엔화도 강세를 보이면서 항공사들의 국제선 실적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주요국 통화의 대원화환율에 따르면 올해 연초 원·달러, 원·엔, 원·유로 환율은 각각 1470원, 934.67원, 1521.96원이었다. 하지만 전날 기준으로는 각각 1450.8원, 1009.74원, 1644.41원으로 바뀌었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선 해외여행을 앞두고 환율이 올라 걱정이라는 반응이 많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유럽 여행을 계획 중인데 유로가 1600원대 찍은 걸 보면 한숨만 나온다. 1400원대가 돌아오긴 할까"라면서 "제발 환율이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엔저에 따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일본 여행 수요를 이끈 측면이 컸는데 최근 엔화 강세로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 특히 일본 노선 비중이 높은 저비용 항공사(LCC)는 수요 감소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유가는 떨어지고 있어 항공사의 유류비 부담은 줄어들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화물 물동량과 여객 수요가 급감할 우려 또한 상존한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인 2018년 미중 관세 전쟁 여파로 글로벌 항공 화물 시장 성장률이 급감한 전례가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당시 글로벌 항공 화물 시장 연간 성장률은 3.5%에 그쳐 1년 전(9% 성장)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이 상호관세 적용을 90일 유예하면서 달러 급등은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관세 전쟁이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경기 침체로 인해 수송량·운임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항공사들은 아직 환율 상승으로 인한 항공권 예약률에 큰 변화는 없으나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면 항공권 예약률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수익성 측면에서 항공사가 영향을 많이 받는 요인이 환율과 유가인데 환율이 오른 반면 유가는 떨어져 어느정도 상쇄될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고환율 기조 지속은 수익성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