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내 인생 망해…나처럼 되지 마라" 군의관 향해 조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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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군의관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서울대, 세브란스 노의(고령 의사)들과 공무원들에게 평생 괴롭힘당하며 살기 싫으면 바이탈과 하지 마라"고 조언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15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국종 교수 군의관 강연 내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에 따르면 이 병원장은 충북 괴산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후배들한테 미안해서 해줄 말이 없는데 교장(학군교 교장)이 병원까지 찾아와서 해달라 하는데 나도 국방부에서 월급 받는 입장이라 수락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아울러 "한평생을 외상외과에서 죽도록 일했는데 바뀌는 건 하나도 없더라. 내 인생 망했다"며 "나랑 같이 외상외과 일하던 윤한덕 교수는 과로로 죽었다. 너희는 저렇게 되지 마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앞서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한 이후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 소위 바이탈과를 희망하는 의대생 비율이 급감한 상황이다.

이 병원장은 의정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교수들 중간 착취가 맞다. 나는 복귀자랑 패싸움이라도 벌어져서 반 정도는 죽어있을 줄 알았는데 다들 착하다. 감귤(전공의로 복귀한 의사를 비하한 표현) 정도로 놀리는 거 보니 귀엽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짜내서 벽에 통유리 바르고 에스컬레이터 만드는 대병(대형 병원)이 돈 달라고 하니까 조선 아들딸들이 수가 올리라 하면 XXX 취급하는 거 아니냐"며 "움집·텐트만 있어도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면 진료 보러 올 것"이라고 발언을 전했다.

강연내용과 관련해 현장에서 들었다는 A 씨는 "일부 보도에 나온 것처럼 '조선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 놈들이 해먹는 나라다'라는 말을 이 병원장님이 한 적이 없다"면서 "환자를 버리고 파업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말씀하셨고 복귀자들을 지지한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수의 참석자들은 "A씨가 들은 말을 들은 또 다른 참석자가 없다. 복귀자 지지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해 이 병원장의 발언 진위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수위가 다소 높은 이 병원장의 발언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동료 의사들조차 "이 교수의 발언이 속 시원하기도 한데 이 교수 발언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이국종 선생님은 저런 식의 화법을 쓰지 않는다", "양념이 좀 심하다 느껴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병원장의 발언이 영상을 통해 공개된 것이 아니라 내부 강의는 참석 군의관 훈련생들의 증언으로만 알려져 논란은 당분간 확산할 전망이다. 다만 이런 발언을 해야 할 정도로 현재 전공의 및 의사들의 현실이 고단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다만 이 병원장이 언급한 고 윤한덕 교수는 국내 응급의료 체계 구축에 헌신한 인물로 꼽히는 인물이라 재조명됐다.

윤 센터장은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뒤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 때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합류했다. 또한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 국내 응급의료 체계 구축에 헌신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지난 2019년 2월 4일 오후 6시쯤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 사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자 이 소식을 접한 이 병원장은 "어깻죽지가 떨어져 나간 것 같다"고 비통해했다. 당시 윤 센터장은 설 연휴를 앞두고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퇴근을 미루고 병원을 지키다 과로로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3~25년 연도별 전국 의과대학별 군 휴학 인원 현황'에 따르면 2025학년도 1학기 의대생 중 군 휴학 인원은 총 2074명이다.

일반적으로 의대생은 의대를 졸업한 뒤 '의무사관 후보생'이 돼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입영한다. 이렇게 현역병으로 입영하는 의대생이 늘어난다면 군의관·공보의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