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조건으로 기업 인수? '협상의 기술'로 가능할까

한경 CHO Insight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드라마 <협상의 기술>에서 산인그룹의 윤주노 팀장은 그룹 회장으로부터 그린뷰CC 매각 임무를 부여받아 매수 의향을 밝힌 이훈민 대표와 협상에 임한다. 트집잡기의 달인인 이훈민은 실사 과정에서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하는 와중에 그린뷰CC 에서 직원 횡령 이슈가 발생하자, 직원의 도덕성을 핑계로 고용승계 대신 전직원 정리해고를 거래의 조건으로 요구한다. 실제로는 이훈민 대표를 앞세워 그린뷰CC를 없애고, 동종업계 금지룰을 우회하여 다시 건설업을 시작하려는 산인그룹 회장의 속셈이다. 거래조건으로 이런 것이 가능할까?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도가 있지만, 전원 정리해고는 상정하기 어렵고, 그린뷰CC가 법상 요건(긴박한 경영상 필요,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른 대상자 선정 등)도 갗추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사용자가 그 경영의 사업체를 폐업하고 그 소속 근로자 전원을 해고하는 것은 위장폐업이 아닌 한 원칙적으로 기업경영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서 유효하지만(대법원 1993. 6. 11. 선고 93다7457 판결), 부당해고 등의 분쟁 과정에서 위와 같이 숨겨진 의도가 밝혀진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회사의 승소가능성은 제로로 수렴할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극단적인 예로 등장하였지만 실제 M&A 과정에서 고용관계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진다. 대표적인 M&A 유형별로 살펴본다.

먼저 합병이 이루어지면 근로관계는 포괄승계되고, 근로조건 또한 그대로 유지된다. 합병한 두 회사의 근로조건이 다르더라도 일단 기존의 근로조건은 유지되어 취업규칙이 2개가 있는 셈이 된다. 합병 후 회사는 근로조건을 통일하려고 하는데, 불리해지는 근로조건이 있으면, 유리하게 변경되는 다른 근로조건이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자 과반수 동의 등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A, B 두 회사의 근로조건이 모두 불리하게 변경되면 A, B 회사 각각에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회사 분할 시에도 근로관계는 신설법인에 포괄승계되어 근로조건은 그대로 유지된다. 소속 회사가 변경되기 때문에 근로관계 승계에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지가 문제되는데, 판례는 분할하는 회사가 분할계획서에 대한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기 전에 미리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에게 회사 분할의 배경, 목적 및 시기, 승계되는 근로관계의 범위와 내용, 신설회사의 개요 및 업무 내용 등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치면 동의가 필요 없지만, 회사의 분할이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을 회피하면서 해당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는 상당한 기간 내에 근로관계 승계를 거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두4282 판결). 거부권은 제한적으로만 인정된다.

영업양도의 경우 근로관계는 포괄적으로 승계되는데 이때 근로자는 승계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실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동의 없이도 승계되나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 정확한 설명이다. 다만, 거부권 불행사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동의를 받아두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영업양도라고 하여 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평소 일하는 곳에서 그대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근로관계 승계 거부 시 익숙치 않은 새로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실익이 적은 경우가 많다.

노사관계는 어떨까? 합병 시 노동조합은 합병 후 회사에 그대로 존속하고 단체협약도 규범적 부분과 채무적 부분 구분 없이 그대로 효력이 있다. 한편 합병을 한 A, B 회사에 동일한 산별노조의 a지회, b지회가 있는 경우 한지붕 두가족이 되는데, 법상 단위노조는 동일한 산별노조이고 지회가 아니므로 복수노조 상태는 아니고 회사는 산별노조를 상대로 단체교섭 등 노동조합법상 의무를 이행하면 된다. 다만 유효기간이 서로 다른 단체협약의 처리, 타임오프의 축소(합병 전 a 지회와 b 지회 각각 1,000시간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합병 후 a+b 지회는 1,000시간만 사용해야 할 수 있다) 등 복잡한 문제가 있다. 단체교섭으로 상당 부분 해결을 해야 할 것이다.

분할 시 산별노조인 경우 분할 후 회사에도 산별노조가 그대로 존재하고, 기업별 노조인 경우에도 조직대상을 확대하여(2사 1노조 - 소산별) 분할 후 회사에 존속하거나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이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기업별 노조가 분할 후 회사에 그대로 존속한다고 보기 어렵다.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은 근로계약에 화체되어 그대로 승계되고, 채무적 부분이 문제인데 의무이행의 대상인 사용자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이 승계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하급심 판결은 산별노조 사안에서 인적분할 방식으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면서 분할계획서에 단체협약상 채무적 부분을 승계하지 않는다고 기재한 사안에서, 채무적 부분의 승계를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인천지방법원 2019. 4. 11.자 2019카합10014 결정).

영업양도의 경우 (1)노동조합이 양수인 회사에 존속한다고 언급한 판례(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0다3347 판결), (2)일반적으로 영업양도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의 단체협약도 잠정적으로 승계되어 존속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판례(대법원 1989. 5. 23. 선고 88누4508 판결)가 있다. 그러나 위 대법원 2000다3347 판결은 국내의 사업 전부를 양도하고 해당 사업 소속 근로자 전원이 양수회사 소속으로 된 사안으로, A, B 사업부가 있다가 B 사업부를 양도하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로 다른 두 회사로 나뉜 사안이 아니어서 영업양도 시 노동조합 존속에 관한 일반론적인 판례로 보기 어렵다. 또 위 대법원 88누4508 판결에서 문제된 단체협약 조항은 해고 절차에 관한 것이고, 이는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이고 주로 채무적 부분이 문제되는 단체협약 승계에 관한 선례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영업양도의 경우에도 분할과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의 존속과 단체협약의 승계 문제를 파악하며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인사노무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