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괜찮아요?"…밤잠 설치는 광명 집주인들 [주간이집]

광명 일직동 '광명역푸르지오'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과 근접

"위험하다고 단정짓기 어려워, 조사 결과 봐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푸르지오' 사진=호갱노노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푸르지오' 사진=호갱노노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지만 결국 수요의 힘이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질서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매주 수요일 '주간이집' 시리즈를 통해 아파트 종합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함께 수요자가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의 동향을 포착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지하철 신안산선 공사 구간의 경기 광명시 일직동 건설 현장에서 약 30m 깊이의 지하 터널이 무너지면서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16일 아파트 종합정보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7~13일) 기준 방문자 수가 가장 많았던 단지는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 있는 '광명역푸르지오'(640가구·2017년 입주)였습니다. 입주 9년 차의 1000가구가 되지 않는 단지에 한 주 동안 2만9993명에 달하는 방문객이 몰렸습니다.

이 단지에 갑자기 시선이 쏠린 것은 지난 11일 오후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일어나면서입니다.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져내렸습니다. 사고 당시 총 18명이 현장 안전 진단과 보강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 12명이 지하 30m 지점에 있었습니다. 터널이 무너지기 전 대부분 이상 징후를 느끼고 대피했으나 지상 작업 중이던 굴착기 기사 1명은 지하에 고립됐고, 다른 작업자 1명은 연락이 끊겼습니다. 현재 굴착기 기사는 구조됐고 실종자 1명은 여전히 수색 중입니다.

사고가 난 당시 목격자들에 따르면 갑자기 왕복 6차선 도로 한가운데 땅이 푹 꺼지면서 바로 옆 지상에 있던 공사 시설물까지 균형을 잃고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흙먼지가 피어올랐고, 주변 약 50m 구간 땅이 갈라졌다는 전언입니다.

사고가 발생한 공사 구간은 이미 여러 차례 지반침하(땅 꺼짐)에 대한 경고가 나왔던 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업 초기 단계인 2020년부터 환경 영향 평가기관들의 경고가 있었고, 사고 직전엔 터널 중앙기둥 파손이 확인됐음에도 작업자들을 철수시키지 않았습니다. 건설업계에선 "공사 기한을 맞추고,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고 지점과 광명역푸르지오 아파트 단지와의 거리는 50m 남짓 거리입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에겐 재난 문자가 발송돼 대피 명령도 내려졌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단지 인근의 한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는 "실제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경기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푸르지오'와 신안산선 사고 현장이 불과 수십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빨간 동그라미는 사고 현장 위치. 사진=네이버지도 갭쳐
경기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푸르지오'와 신안산선 사고 현장이 불과 수십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빨간 동그라미는 사고 현장 위치. 사진=네이버지도 갭쳐
호갱노노 내 '이야기' 탭을 통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한 사용자는 "대피 명령 떨어졌다는데 별일 없길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습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주민은 아니지만, 이웃이라 마음이 안 좋다. 모두 안전하고 빠르게 해결됐으면 한다" 등 안녕을 비는 말을 전했습니다.

다만 일부 사용자는 "'싱크홀 아파트' 무사하길", "이 정도 싱크홀이면 아파트에도 금 갔을 듯" 등의 글을 남겨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일부 사업자는 인명사고에도 집값을 언급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사고 지점과 가깝기 때문에 일반적으론 '위험하다'라고 인식할 수 있지만, 가깝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다"면서 "현재 지반 영향평가 등 사고가 아파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떠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 여부를 확답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