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 9000원이었는데"…직장인, 곰탕집 갔다가 '화들짝'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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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무인매장화된 노량진 곰탕집
20년전 가격에 수익 1.5배 증가
인건비 탓에 무인매장화 속속 등장

고물가 기조가 심해질수록 이처럼 기존 음식점의 무인매장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외식 물가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인점포화에 20년 전 가격으로

현재 해당 매장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온라인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 방문객은 "원래 맛집이었다"라며 "고기양도 괜찮은 편이고 맛은 그대로다. 2025년에 이런 음식을 5900원에 먹을 수 있다는 게 대혜자다(저렴하고 품질이 좋다)"라고 했다.
무인점포로 운영을 변경함에 따라 이곳 매장의 홀 방문자 수는 4배 늘었고 수익도 1.5배 증가했다고 한다. 매장 점주는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인건비가 오르면 음식 가격도 같이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 손님들이 돈을 안 써서 오히려 매출이 안 나오더라"라며 무인 점포 운영 계기를 밝혔다.
기자가 찾은 15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이 식당은 점심시간을 맞아 인근 직장인과 학생들로 북적였다. 가게 입구에 '무인매장'이라는 팻말이 부착된 이곳에선 손님이 직접 음식과 밑반찬을 가져오고 뒷정리해야 한다.
빈자리를 찾아 착석하자 자리마다 부착된 '매장 이용 매뉴얼'이 눈에 띄었다. 매뉴얼에는 '키오스크 결제 후 자리를 먼저 잡고 셀프 존에서 곰탕을 준비해달라'고 적혀 있었다. 매장 내 셀프 존으로 이동하자 화살표와 숫자로 이용 방법 및 순서가 친절히 안내돼 있었다.
지시에 따라 먼저 쟁반과 수저를 픽업했다. 그 후 기자가 주문한 메뉴인 '돼지 곰탕'용 냄비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냄비에는 삶아진 돼지고기와 파가 썰어져 있었다. 이어 먹을 만큼만 밥과 육수를 담았다. 밥과 육수는 리필이 1회 가능했다. 반찬과 돼지고기용 소스도 기호에 따라 담았다. 매뉴얼을 읽고 주문한 메뉴를 찾아 자리에 앉기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평소 해당 매장을 자주 이용한다는 2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가격이 내리기 전에도 맛있어서 종종 와서 사 먹었는데, 무인점포가 되면서 가격이 내려가 만족도가 더 커졌다"며 "직장인인 나도 요즘 점심값이 부담인데, 수험생이 많은 노량진에서 이런 가격에 식사할 곳이 있다는 것은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소비자 '윈윈'할 수도
전문가들은 무인점포 확산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 외식 물가가 떨어질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사업 지속을 위해 자영업자들이 실험적으로 여러 방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물가 상황에서 고객이 직접 음식을 가져오고 정리하는 이런 경험은 조금만 익숙해진다면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인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