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미친 연기? '하이퍼나이프' 촬영 내내 미쳐 있었다" [인터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하이퍼나이프'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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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빈이 캐릭터에 몰입했던 과정을 준비했다.

박은빈은 15일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하이퍼나이프' 인터뷰에서 "미친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이다"는 칭찬에 "촬영 내내 미쳐 있었다"면서 웃었다.

박은빈은 "제가 저를 봤을 때 세옥이 '미쳤다'라기보다는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게 주변에서도 담금질을 한 거 같다"며 "저 또한 세옥의 감정을 대리경험하면서 참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이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하이퍼나이프'는 디즈니플러스 최초 오리지널 메디컬 스릴러 장르물이다.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다. 박은빈은 천재 의사 세옥 역을 맡아 한때 가장 존경하는 스승이었지만, 그의 인생을 망가뜨린 애증의 상대인 덕희 역의 설경구와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며 극을 이끈다.

박은빈은 "이미지 탈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 건 아니었다"며 "그저 '안 해본 걸 해보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다"고 작품 출연 배경을 전했다.

'하이퍼나이프' 속 박은빈에 대한 입소문과 함께 공개 직후 한국을 포함해 태국, 홍콩 등 아시아권에서 1위에 올랐고, 페루, 싱가포르, 터키, 베네수엘라 등에서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하이퍼나이프'의 흥행과 함께 박은빈의 연기력과 스타성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평이 나왔다.

박은빈은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며 "'흥행요정' 이런 수식어를 붙여주시는 데 멎쩍다. 흥행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제 목표는 항상 같다. 그냥 좋은 작품, 재밌는 작품을 보여드고 싶다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흥행 성적은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게 제 마음이다. 이번에 쉽지 않은 과정도 있었지만, 스스로 홀로 소모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켜나간 결과였는데 그 부분들을 좋게 평가해주셔서 보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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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선택한 작품이었을까.

= 이미지 탈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 건 아니었다. 그저 '안 해본 걸 해보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저라는 배우에 대해 어떠한 이미지를 갖고 계신지는 그동안 보신 작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제가 이 일을 한지 오래됐다보니, 모든 작품을 보셨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성격의 결로 따지면 많이 다른 걸 보여드린거 같아서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 어떤 경험이 가장 즐거웠을까.

= 악행을 마음껏 저지르는 판을 깔아주셨다. 나쁜 짓을 많이 했고, 나쁜 말을 이토록 해본 적은 처음이었다. 욕은 하지 않았는데, 말이 욕과 같은 파괴력을 갖는 신기한 대사였다. 이렇게 받아칠 수 있구나 싶었다.

▲ 처음하는 연기인데, 사람을 죽이거나 교살하는 장면들이 생생했다는 평이다.

= 제가 총 4명을 죽이고 4명을 살리는데, 이런 장면을 촬영할 때 계산을 하진 않았다. 그저 현장에서 세옥으로서 최대한 반응할 수 있는 것들을 낯설게 경험해보자가 저의 연기 접근법이었고, 직관적으로 연기했다. 아무래도 제가 피를 튀기는 연기를 처음해서 '무섭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무서우라고 한 건 아니었다. 나에게서 그런 면을 발견해주셨구나 싶었다. 저도 영상으로 봤을 때 '이 얼굴이 세옥의 얼굴 같다', '내가 거울에서 보지 못한 이 모습이 이 캐릭터의 느낌이구나' 이렇게 발견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부분들을 발견할 때마다 새로운 연기를 한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거 같다.

▲ 잔인한 장면을 연기하며 윤리적인 고민은 없었나.

= 저는 연기할 땐 특수효과가 더해지지 않아 이렇게 잔인할 지 몰랐다. 그래서 이렇게 미성년자 관람불가일 지 몰랐다.(웃음) 다만 살인이 미화되면 안된다는 생각은 있어서 여러 버전이 있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대본을 보면서 이 과정의 정당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그냥 캐릭터성을 보여주는게 이 드라마와 맞닿겠구나 싶었고, 그런 말씀을 드렸다.

▲ 캐릭터를 완성하면서 참고한 것들이 있나.

=역사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게 아닌 이상 레퍼런스를 삼지 않는다. 다른 영상매체로 찾기보다는 저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는 편이 편하더라. 그 인물의 유형, 느낌을 따라하기보다는 그냥 새로운 친구 한명 사귄다 생각하면서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도 반사회적 인격장애 특성을 띄고 있어서 그런 부분들을 찾아봤다.

▲ 대학시절 전공한 심리학이 도움이 된 건가.

= 그렇긴 하다. 그렇데 이걸 이해하기 위한 방식으로 저만의 접근법을 쓴거지, 그냥 보고 느끼길 바랐다. 시청자들은 어렵게 느끼지 않길 바랐다. 저는 효율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에 대한 방안으로 대학 시절에 배운 진단 기준들을 참고했다. 그게 익숙한 부분이라 사람 성격 특성에 대해 명료하게 저만의 방식으로 내재화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갖고 있는 타입화된 게 있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는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왜 세옥은 그렇게 고함을 지르고, 분노하냐고 한다면, 인격장애가 있다고 자신의 감정에 무감한 건 아니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무감각한게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생각했지만,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는 걸 처음에 많이 숨겼다.

▲ 그럼에도 시청자들을 공감시켜야 했다.

= 모두가 이해시킬 순 없다고 생각했다. 어려웠다. 공감은 안되도 이해는 되든지, 이해가 안되도 공감이 될 수 있도록 설득해보려 했다. 이걸 다 보고 세옥에게 납득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 세옥에겐 '초딩' 같은 모습도 있다.

= 자기 욕구에만 충실하고, 남을 헤아릴 마음이 없는, 내가 선택한 것만이 정답인 아주 독선적인 캐릭터라 생각했다. 때론 그게 생떼처럼 보이는 부분들을 전형적이지 않게, 다르게 표현해보고 싶었다.

▲ 결말은 어떻게 봤나.

= 열린 결말이라고도 하는데, 저는 딱 맞춘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다. 대본 오프닝 시퀀스에 '암전 위로 헨델의 '나를 울게하소서'가 시작된다'는 구절이 있는데, 작가님께 왜 헨델의 '나를 울게 하소서'를 썼는지 여쭤보니 '덕희가 세옥을 울리는 얘기가 될 거다'고 말하시더라. 감독님은 생각이 다르셨는지 그 음악이 사용되진 않았지만, 전 그걸 알고 있었고 마지막에 덕희가 세옥을 진하게 울려서 그 계획이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 '박은빈 미쳤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서도 '미쳤다'고 느낀 장면이 있었나.

= 촬영 내내 미쳐 있었다. 제가 저를 봤을 때 '미쳤다'라기보다는 세옥은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게 주변에서도 담금질을 한다. 저 또한 세옥의 감정을 대리경험하면서 참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이었다.

▲ 설경구와 치고받는 장면에서 설경구가 '박은빈은 정말 잘맞았다'고 하더라.

= 정말 감사하게도 실제로 안맞아도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저는 한번도 맞지 않았다. 그 후에 제가 선배님을 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땐 감독님이 꼭 쳐야 한다고 하더라. 그렇게 때리게 해주셔서 마음이 아팠다. 그런 장면을 촬영하면서 어쨋든 감정이 쌓인 거니까.

▲ 설경구가 '박은빈이 살갑게 대했다'고 하더라. 나이 차이가 24세인데, 어렵진 않았나.

= 저도 모든 배우에게 그렇진 않았다. 이번에 그렇게 많이 전화한 건 작품의 특수성 때문인 게 80% 정도 됐다. 복합적인 감정을 건드리고, 세옥과 덕희는 서로만 생각하고 그리기 때문에 둘 얘기가 계속 이어지는 데 사실상 맞붙는 장면은 3~4장면 정도였다. 그래서 '다음에 이 아쉬움을 해소하자' 할 정도였다. 서로가 서로의 얘기를 하지만 직접 만나 얘기할 시간이 한정돼 있다보니 제 쪽에서 촬영한 걸 현황 브리핑을 해드린 거다.(웃음) 또 저 혼자만의 감정인지, 선배의 생각은 어떤지, 이 작품은 특성상 돌다리를 두들겨 봐야겠더라. 그 방향성 이야기 때문에 이야기를 드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일 얘기만 할 수 없으니 일상적으로 궁금한 걸 스몰 토크를 걸면서 무료함을 풀고 그랬다. 또 연기할 때 집중하고 싶을 수 있는데 떠들면 귀찮을 수 있어서 '말씀하셔라' 했는데, '좋다'고 해주셔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선배님의 존재가 없었다면 잘 끝내기 어려웠을 거 같다.

▲ 설경구가 마지막회차에 공개된 후 '수고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하더라.

= 저는 사전에 디즈니 시사실에서 1부부터 끝까지 다 봤다. 그리고 제가 '원더풀스' 촬영 중이라 모든 방송을 본방 사수를 못했다. 그래서 연락을 못드렸는데, '잘 마무리해서 좋다'고 연락을 주셨더라. '아쉬움은 있지만 다음 작품에서 쏟아 퍼붓자'고 하시더라. 그렇게 다음 작품에서 만나자고 했다.

▲ 세옥과 덕희의 관계에 대해 '피폐멜로'라는 반응이 있다. 그걸 직접 설경구에게 보내줬다고.

= '이건 사랑 얘깁니다' 하기에는, 사랑이 많은 걸 포함하는 말이지만 쉬운 말 같기도 하더라. 사랑이라는 말 안에 갇혀지지 않은 많은 걸 느껴주셨으면 했다. 세옥은 덕희에게 많은 애착을 느꼈고, 요구하고 바랐던게 같으면서도 달랐다. 그런 복합적인 마음을 불러일으킨 거 같고, 그걸 말로 표현하기 힘든 깊은 감정이면서 새로운 감각인 거 같더라. 그게 취향이 맞았다면 정말 재밌게 봐주셨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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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은은 어땠나. 박병은 씨가 '말티즈'라는 별명도 붙였는데.

= 처음 호흡한 건데 웃음 사냥꾼이신 거 같다. 툭툭 개그를 던져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했는데, 한번 웃기니까 너무 재밌더라. 덕희를 안만나면 계속 마주쳤는데 선배님 덕분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사실 전 토끼를 좋아하고, 세옥이는 고양이를 밀었는데 그렇게 봐주시진 않더라. 실패한 거 같다.(웃음)

▲ 이 작품이 공개되기 전에 '박은빈이 또 1등할까'라는 기대감에 부담도 됐을 듯 하다. 1위를 했을때 어땠을까.

= 다행히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흥행요정' 이런 수식어를 붙여주시는 데 멎쩍다. 흥행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제 목표는 항상 같다. 그냥 좋은 작품, 재밌는 작품을 보여드고 싶다는 마음 뿐이다. 흥행 성적은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게 제 마음이다. 이번에 쉽지 않은 과정도 있었지만, 스스로 홀로 소모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켜나간 결과였는데 그 부분들을 좋게 평가해주셔서 보람이 있었다.

▲ 올해 데뷔 30년차다. 30년차에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거 같은데.

= 그렇다고 하더라. 원래 작년에 공개되길 바랐는데, 조금 늦어졌다. 이게 보여드린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진 지금 생각이 든다. 안해본 걸 하면서 환기가 된 거 같고, 지금 촬영 중인 작품도 다른 경향의 미친 경향이 있어서 그것 또한 귀엽게 봐주시길 바란다.

▲ 세옥이처럼 집착하는게 있나.

= 근거 찾기, 논리 찾기에 집착하는 거 같다. 찾는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닌거 같다. 세상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런 방면에서 나를 지키는 것에 시행착오를 겪고, 내가 잘 다루던지, 통제를 하던지 좋은 방향으로 풀어내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효율적인 의사 전달 방식에 대해 늘상 골몰한다. 그러기 위해 세옥이처럼 달려들어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효율적인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 30년차를 맞이하는 소감이 있다면.

= 이 직업을 잘 선택한 거 같다. 장래희망에 대해 어릴 때부터 자문자답을 많이 했다. 칭찬받는 재미, 인정받는 재미가 저를 바르게 자라도록 인도해준 것도 있지만, 저의 꿈은 다른 데 있는 건 아닐까 항상 탐색하면서 지냈다. 배우가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낸 덕분에 많은 걸 더 생각할 있었고 그래서 더 단단해 진 거 같다. 의사도 어릴 땐 되고 싶었다. 의사는 못됐지만 의사 연기를 한다는 게 감회가 새롭더라.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건 낯설고 어렵지만, 다른 직업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배우가 내 적성에 맞았다는 걸 이제는 인정하게 됐다. 어떤 상황에 부딪힐 때 '안맞는다', '이 일을 하기엔 내성적이다'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사회성을 기르며 진화도 하는 거 같고.(웃음) 또 역할을 통해 성장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게 참 감사하다.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디즈니라는 플랫폼도 더 넓은 세상과 연결해주는 거 같다. 그 또한 감사한 일 같다. 너무 빨리 잊진 말아주시고, 오래오래 돌려봐주시고, 마음껏 상상해주셨으면 좋겠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