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인생 50주년 맞은 양성원 “마라톤 공연 도전”
입력
수정
15일 첼리스트 양성원 기자간담회“음악 인생 100주년 때는 뭘 할 거냐고 많이들 묻습니다. 전 오래전부터 내려온 인류의 유산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다음 세대에 전달하면서 많은 이들이 행복을 느끼도록 하는 게 제 몫 같습니다.”
엘가 곡 담은 '에코 오브 엘리지' 발매
다음 달 27일 협주곡 3개 한꺼번에
차이콥스키, 엘가, 드보르자크 등 연주
“한국 음악가 층 어마어마...이젠 우리 음악”

협주곡과 피아노 5중주로 엘가 후기 조명
양성원은 첼로 인생 50주년을 기념하고자 이날 앨범 ‘에코 오브 엘리지’를 발매했다. 이 앨범엔 에드워드 엘가의 후기 걸작으로 꼽히는 첼로 협주곡(작품번호 85번)과 피아노 5중주(84번)가 담겼다. 형식과 분위기가 상반되는 이 두 곡을 함께 들어야 엘가의 음악 세계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양성원의 설명이다. 그는 “첼로 협주곡은 내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곡이자 세계 1차 대전에 대한 메모리(기억)인 반면 피아노 5중주는 꿈꾸듯이 시적인 부분들이 있는 영적인 곡”이라고 말했다.
첼로 협주곡은 1919년 엘가 본인의 지휘로 이 곡을 초연했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와 녹음했다. 양성원이 2022년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지 열흘께 지나 작업했던 곡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녹음이 앞서 두 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는 “(곡 해석을 놓고) 지시나 의견 등을 전달했을 때 LSO가 아주 잘 받아들였다”며 작업 결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피아노 5중주는 피아니스트 박재홍,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임지영, 비올리스트 김상진 등과 연주했다. 양성원은 “피아노 5중주는 엘가가 생의 마지막에 들었던 곡”이라며 “2악장과 3악장을 들으면 이 곡이 얼마나 엘가의 내적 세계를 잘 표현하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 유학 후 의사 길 걸을까 고민하기도”
지난 음악 인생을 되돌아보며 양성원은 활을 놓으려 했던 순간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가 첼로 케이스를 오랫동안 닫았던 때는 50년 음악 인생에서 두 번. 양성원은 “1980년대 초반 파리 음악원은 경쟁을 많이 붙이는 학교였다”며 “위로 치솟아서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첼로 대신 의사가 되고자 첼로 케이스를 닫은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 위기의 순간으로는 1990년대 초반 잦은 공연으로 바빴던 때를 꼽았다. 그는 “기차와 비행기를 계속 타고 홀을 오가면서 리허설과 연습을 거듭할 땐 모든 걸 내려놓고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까 망설였다”며 “2~3주 첼로를 그만두기도 했지만 마음을 파고들 만큼 큰 감동을 줬던 공연들이 떠올라 결국 첼로 케이스를 열고 튜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성원은 한국의 후배 연주자들에게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조성진, 임윤찬, 양인모, 클라라 주미 강 등 젊은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그리스의 철학자가 아닌 인류의 철학자로 느껴지듯 (클래식 음악을) 서양 음악이 아닌 우리 음악으로 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는) 최고의 아티스트 아래에 다른 최고의 아티스트들, 세계적인 연주를 할 수 있는 음악가의 층이 어마어마하다”며 “후대 (음악가들의) 공연을 지지하고 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