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인생 50주년 맞은 양성원 “마라톤 공연 도전”

15일 첼리스트 양성원 기자간담회
엘가 곡 담은 '에코 오브 엘리지' 발매
다음 달 27일 협주곡 3개 한꺼번에
차이콥스키, 엘가, 드보르자크 등 연주
“한국 음악가 층 어마어마...이젠 우리 음악”
“음악 인생 100주년 때는 뭘 할 거냐고 많이들 묻습니다. 전 오래전부터 내려온 인류의 유산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다음 세대에 전달하면서 많은 이들이 행복을 느끼도록 하는 게 제 몫 같습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첼리스트 양성원이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출처. 유니버설뮤직
15일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첼리스트 양성원이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출처. 유니버설뮤직
첼리스트 양성원이 자신의 첼로 인생 50주년을 맞아 15일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양성원은 한국의 1세대 첼리스트다. 1975년 7살 나이에 첼로를 시작해 20세기 음악 거장으로 꼽히는 헝가리 첼리스트인 야노스 슈타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지금은 프랑스 본 베토벤 페스티벌과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프랑스에서 문화예술 공로훈장인 슈발리에를 받고 연세대 음대 교수, 영국 왕립음악원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협주곡과 피아노 5중주로 엘가 후기 조명

양성원은 첼로 인생 50주년을 기념하고자 이날 앨범 ‘에코 오브 엘리지’를 발매했다. 이 앨범엔 에드워드 엘가의 후기 걸작으로 꼽히는 첼로 협주곡(작품번호 85번)과 피아노 5중주(84번)가 담겼다. 형식과 분위기가 상반되는 이 두 곡을 함께 들어야 엘가의 음악 세계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양성원의 설명이다. 그는 “첼로 협주곡은 내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곡이자 세계 1차 대전에 대한 메모리(기억)인 반면 피아노 5중주는 꿈꾸듯이 시적인 부분들이 있는 영적인 곡”이라고 말했다.

첼로 협주곡은 1919년 엘가 본인의 지휘로 이 곡을 초연했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와 녹음했다. 양성원이 2022년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지 열흘께 지나 작업했던 곡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녹음이 앞서 두 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는 “(곡 해석을 놓고) 지시나 의견 등을 전달했을 때 LSO가 아주 잘 받아들였다”며 작업 결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피아노 5중주는 피아니스트 박재홍,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임지영, 비올리스트 김상진 등과 연주했다. 양성원은 “피아노 5중주는 엘가가 생의 마지막에 들었던 곡”이라며 “2악장과 3악장을 들으면 이 곡이 얼마나 엘가의 내적 세계를 잘 표현하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성원의 앨범 '에코 오브 엘레지' 커버. / 사진출처. 유니버설뮤직
양성원의 앨범 '에코 오브 엘레지' 커버. / 사진출처. 유니버설뮤직
양성원은 자신을 한계에 몰아붙이는 공연도 선보인다. 다음 달 27일 예술의전당에서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하루에 협주곡 3개를 잇따라 선보인다.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엘가의 첼로 협주곡,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등을 수원시립교향악단과 연주한다. 통상 공연은 협주곡 1~2개를 프로그램 한 회차에 담는 게 일반적이다. 양성원은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자 공연을 준비했다”며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던 순간, 졸업해서 미국 인디아나로 가던 순간, 뉴욕과 파리에서 데뷔했던 순간들이 (공연 중에) 기억날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 유학 후 의사 길 걸을까 고민하기도”

지난 음악 인생을 되돌아보며 양성원은 활을 놓으려 했던 순간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가 첼로 케이스를 오랫동안 닫았던 때는 50년 음악 인생에서 두 번. 양성원은 “1980년대 초반 파리 음악원은 경쟁을 많이 붙이는 학교였다”며 “위로 치솟아서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첼로 대신 의사가 되고자 첼로 케이스를 닫은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 위기의 순간으로는 1990년대 초반 잦은 공연으로 바빴던 때를 꼽았다. 그는 “기차와 비행기를 계속 타고 홀을 오가면서 리허설과 연습을 거듭할 땐 모든 걸 내려놓고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까 망설였다”며 “2~3주 첼로를 그만두기도 했지만 마음을 파고들 만큼 큰 감동을 줬던 공연들이 떠올라 결국 첼로 케이스를 열고 튜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양성원. / 사진출처. 유니버설뮤직 ⓒ Jean Lim
양성원은 “일에 치여살고 있다”고 할 정도로 바쁘다. 오는 7월 23일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서 한창 행사도 준비하고 있어서다. 올해 이 음악제는 ‘내면의 조화’를 주제로 여러 국가의 음악을 다룰 예정이다. 양성원은 “음악은 인류가 모두 느낄 수 있고 공동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며 “나라와 시대가 전혀 다른 작품을 놓고 배경이 다른 아티스트들이 모여 청중들과 메시지를 나누도록 만들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진지한 모습으로 연주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깊이 있는 해석을 들려줄 수 있는 공연을 짠다는 것, 이것보다 역동적이면서도 재밌는 작업이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양성원은 한국의 후배 연주자들에게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조성진, 임윤찬, 양인모, 클라라 주미 강 등 젊은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그리스의 철학자가 아닌 인류의 철학자로 느껴지듯 (클래식 음악을) 서양 음악이 아닌 우리 음악으로 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는) 최고의 아티스트 아래에 다른 최고의 아티스트들, 세계적인 연주를 할 수 있는 음악가의 층이 어마어마하다”며 “후대 (음악가들의) 공연을 지지하고 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