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끼고 사는 엄마·아빠 걱정했는데…'의외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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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노인이 쓰면 오히려 '인지 저하' 예방한다
전문가 "조부모에 스마트폰 선물 추천"

스마트 기기를 과다 사용하면 두뇌가 나빠진다는 기존 가설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41만여 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술사용과 정신적 능력에 관한 기존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디지털 기기를 자주 사용하는 50세 이상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인지 저하율이 낮았다. 디지털 기술이 정신적 쇠퇴를 막는지, 아니면 더 나은 인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를 더 자주 사용하는지는 파악하지 못 했다. 그런데도 연구자들은 이 연구 결과가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디지털 치매를 유발한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과학 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기술사용과 인지 노화에 대한 메타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오스틴) 의대와 베일러 대학교 의대가 협력해 진행했다.
베일러 의대 신경과학&심리학과 마이클 스칼린 교수는 "사람들은 수시로 기술이 어떻게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지 이야기한다. 종종 '뇌 썩음(brain rot)'과 '두뇌 유출'(brain drai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이제 '디지털 치매'(digital dementia)라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연구자로서 이것이 사실인지 알고 싶었다"라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스칼린 교수와 공동 저자인 텍사스대(오스틴) 신경 심리학자 제라드 벤지 교수는 전 세계에서 41만143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수행한 디지털 기술사용에 관한 57개의 연구를 새롭게 통합 분석했다. 연구 참가자들의 평균 나이는 68.7세였으며 모두 인지 검사를 받았거나 관련 진단을 받았다.
연구진은 평생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면 정신적 쇠퇴를 초래한다는 디지털 치매 가설에 대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 또는 이러한 기술의 조합을 사용하는 것이 인지 기능 장애 위험을 58%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짧은 시간 동안 가파르게 발전한 디지털 기술을 처음 접한 노인들에게, 신기술 사용법은 매우 어려운 도전 과제다.
"중년층과 노년층에서 가장 먼저 하는 말 중 하나는 '컴퓨터 때문에 너무 답답하다. 배우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이는 실제로 인지적 어려움을 반영하는 것으로, 당장은 좋지 않더라도 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스칼린 교수가 말했다.
연구진은 통설과 다른 결과가 도출된 것은 양방향 관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사고 능력이 더 뛰어난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인지적 이점도 있다는 것이다.
벤지 교수는 "복잡성, 연결성, 보상행동이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도구는 사람들이 복잡한 활동에 참여하고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 두 가지 모두 노화하는 뇌에 좋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가디언지에 말했다.
스칼린 교수는 부모나 조부모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가르쳐 드릴 것을 추천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