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호텔리어 아저씨의 수줍은 고백 "나 사실 외계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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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7
핫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
작지만 따뜻한 SF적 상상
지구 침공 없는 외계인 이야기
넷플릭스 10부작 日 드라마

살짝 더 당황스러운 것은 그가 평범한 50대 남성, 즉 ‘가장 외계인 같지 않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줄어드는 머리숱이 고민이고, 옛날 과자 취향을 남들이 몰라주면 속상해하는 동네 아저씨.
넷플릭스에 공개된 닛폰TV의 10부작 ‘핫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는 공상과학(SF)을 표방하지만, 지구 침공이나 행성 전쟁 같은 대형 스펙터클은커녕 UFO 한 대도 안 보여주는 코미디 드라마다. 외계인이란 이웃과 어쩌다 엮인 지구인의 일상이 드라마의 진짜 관심사다.
후지산 앞 호숫가의 작은 비즈니스호텔에서 근무하는 기요미(이치카와 미카코 분). 퇴근하다가 트럭에 치일 뻔한 순간, 수수께끼의 남자가 번개 같은 속도로 구해준다. 그의 정체는 호텔에서 같이 일하는 다카하시(가쿠다 아키히로 분)였다. 어찌 된 일인지 이 시골 동네에 몰래 살고 있는 외계인.
기요미는 다카하시의 정체를 비밀에 부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어느새 다카하시는 호텔의 소소한 사건 사고에 이어 동네 사람들의 제법 큰 고민거리에도 나서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학교 체육관 천장에 끼어 있는 배구공을 빼준다든가.
눈부신 활약이 끝날 때쯤엔 “이 메가네(안경잡이)가 외계인이라고?”라며 눈을 껌뻑이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 있다. 이들은 ‘E.T.’(1982)의 외계인처럼 다카하시가 정보 요원에게 납치돼 해부당할까 걱정한다.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하루다. 기요미와 그 절친한 친구들, 그리고 외계인 하나가 카페에서 하릴없이 떠는 수다엔 공감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
‘핫스팟’은 우리 곁의 이질적인 이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외계인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서 반복적으로 우려낸 주제이기에, 하마터면 밍밍한 사골 국물이 돼버릴 위험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 사골 국물이 맛있게 느껴졌다면 그 밍밍함 속에 작은 미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쳐 지나간 순간들이 막판에 결정적 퍼즐 조각이 될 때, 하찮은 내 일상에도 어떤 의미가 숨어 있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김유미 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