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영의 승부수…농협은행, WM 사업 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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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자산가·은퇴자 공략농협은행이 12년 만에 자산가와 시니어 은퇴자 등을 공략하기 위한 ‘자산관리(WM)’ 사업 재건에 나선다. 올해 취임한 강태영 농협은행장이 WM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WM 강화로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 부문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게 강 행장의 구상이다.
12년 만에 본점에 WM 센터
WM 전문가 통한 서비스 제공
비이자 부문 수익성 개선 노력
"자산관리 점포 100개로 확대"

◇본점 내 WM 전문센터 설립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서울 통일로 본점 2층에 ‘WM 전문센터’(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마무리하고 최종 명칭 등을 확정한 뒤 연내 센터 문을 여는 게 목표다.VIP(우량 고객) WM 서비스는 농협은행의 고질적 약점으로 꼽힌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에서 운영하는 프라이빗뱅킹(PB)센터는 한 곳도 없다. 한때 서울 강남, 분당 등에 PB센터를 설립했지만 수익성 부진 등을 감안해 2013년 모두 문을 닫았다. 2020년 금융·세무·부동산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조직 ‘NH 올100자문센터’를 신설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압구정, 강남, 한남 등 서울 부촌에서 아트갤러리 등 최고급 시설을 갖춘 시중은행의 PB 조직과 비교해 영업력을 확대하기 어려웠다.
◇투자자문업 진출로 역량 강화
12년 만에 농협은행 본점에 들어서는 WM 전문센터는 시중은행의 ‘프리미엄’ 등급 PB센터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산가, 은퇴를 앞둔 농협 계열사 임원 등을 대상으로 WM·세무·은퇴설계 서비스를 우선 선보일 방침이다. 전문 프라이빗뱅커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농협은행이 올해 들어 금융·부동산 투자자문업 인가를 확보한 것도 WM 강화 작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금융위원회에서 금융·부동산 투자자문업 등록을 허가받았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금융과 부동산 투자자문업 인가를 모두 받은 건 농협은행이 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 상품과 토지·건물 등 부동산 상품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 자문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는 게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업인을 위한 금융회사라는 특수성을 살린 WM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지방과 농촌 고객이 자산을 관리받을 수 있도록 지역 기반 WM 특화 점포를 향후 100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의 WM 강화에는 강 행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 부문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농협은행의 수수료 수익은 1조2439억원으로 전년 대비 245억원 감소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확대로 위험 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져 비이자 부문의 중요성이 커진 점을 고려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