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도 '기울어진 운동장'…합격자 면면 살펴보니

공무원 시험, 9년만에 응시자 반등…합격 비결은

다시 늘어난 공시생
합격자 '하루 10시간·20개월' 공부했다

7·9급 공무원 합격자 실태연구
53%가 대학 재학 중 도전 결심
정년 보장 등 직업 안정성 매력
합격자 4명 중 3명 2년내 합격

합격생 46%, 日10~12시간 공부
수험생 평균 8.7시간보다 높아
아르바이트·직장 등 병행 않고
수험 생활만 전념해야 합격권
부모 경제적 지원도 합격 영향
“공무원 시험 합격한 선배들, 하루 몇 시간이나 공부했을까?”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올해 9급 공무원 선발시험 지원자가 10만5000여 명으로 9년 만에 반등했다. 박봉인 공무원의 인기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채용 문을 닫으면서 청년들이 다시 공무원 시험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 7·9급 공무원 시험 합격생을 대상으로 하루 평균 공부 시간과 합격까지 걸린 기간, 응시 횟수 등 준비 과정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합격자 73% “2년 안에 승부”

15일 학계에 따르면 이대중 부산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청소년학 연구’에 발표한 ‘7급, 9급 공무원시험 합격자 실태에 관한 연구’에서 국가직과 지방직 7급, 9급 공개경력채용시험에 합격한 3087명의 현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2016년 실시한 모바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서 공무원 시험 합격자의 준비 과정 등을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 41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함께 내놓으며 합격자와 비교하는 연구도 수행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합격자의 52.8%(1546명)는 대학 재학 시절에 공무원 시험 도전을 결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 3~4학년 때가 33.2%로 가장 많았다. 22.6%는 대학 졸업(졸업 유예) 이후, 17.5%는 군 복무 중 공무원으로 진로를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대학 시절 경로를 정하고 수험 생활에 뛰어들었다는 의미다.
합격자들은 최대 예상 준비 기간으로 1~2년 정도를 내다본 경우가 75.4%로 가장 많았다. 3~4년은 19.2%, 4년 이상은 5.4%로 합격자의 94.6%가 최대 4년 안에 수험 생활을 끝내겠다는 각오로 공부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공무원시험 준비 기간은 2년 전후로 잡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한 이후 실제 합격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1년 이내가 37.2%였고, 1~2년 36.1%, 2~3년 18.7%, 3~4년 5.3% 순으로 높았다. 공무원시험 합격자 4명 중 3명(73.3%)은 공부를 시작하고 2년 안에 합격한 셈이다. 시험 준비 시작 후 합격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년8개월이었다. 합격 당시 연령은 23~26세가 47.5%로 가장 많았고 27~30세가 36.1%, 31~34세가 10.0%로 뒤를 이었다. 7급이 27.2세, 9급이 26.4세로 9급 합격자의 합격 연령이 약간 낮았다.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정년 등 안정적인 직업’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9.2%로 가장 많았다. 합격자의 시험 응시 횟수는 1~5회(67.0%), 6~10회(26.1%), 11~15회(5.0%), 16~20회(1.6%), 20회 이상(0.3%) 순이었다.

하루 평균 10시간은 공부해야

공시생이 궁금해하는 하루 평균 공부 시간에 합격자의 46.3%가 10~12시간이라고 응답했다. 25.9%는 ‘7~9시간’이라고 답했고 17.6%는 ‘13시간 이상’, 10.1%는 ‘1~6시간’이라고 했다. 반면 공무원 수험생은 10~12시간 공부한다는 응답이 35.8%, 7~9시간 공부한다는 응답이 23.5%로 합격자보다 전반적으로 공부 시간이 짧았다. 1~6시간만 공부한다는 수험생은 28.8%로 합격자의 세 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수험생은 하루 평균 8.7시간, 합격자는 10.2시간을 시험 준비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무원 시험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공부에만 전념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합격자들은 대부분은 수험 기간에 공부에만 집중한 경우가 많았다. “공무원 시험 준비 때 병행한 활동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합격자의 62.0%(복수 응답)는 ‘취업준비생, 대학 휴학생, 주부’ 등이라고 응답했고, 대학 재학생이라는 응답은 18.2%였다. 사실상 열 명 중 여덟 명가량은 수험 생활에 전념한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시험 준비와 아르바이트·직장 생활을 병행했다는 응답자는 25.6%(아르바이트 17.5%, 풀타임직장 8.1%)였다. 반면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은 63.3%만 수험 생활에 전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공부 시간과 시험 집중 여부 등에서 공시생과 합격자 그룹 간 의미 있는 차이가 있었다”며 “공무원 시험 준비에 전념했는지를 두고 두 그룹 간 2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나 공무원시험 준비를 직장 생활이나 학업과 병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부모 등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았는지도 당락을 가르는 요소였다. 공무원 시험 비용 부담을 누가 하느냐는 질문에 수험생의 43.1%가 본인이 부담한다고 답했지만, 합격생 중에는 28.2%만이 본인이 부담했다고 답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린다는 응답은 수험생이 55.2%, 합격자가 68.6%로 13%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공무원시험 준비에 든 총비용은 월평균 100만원 안팎이 가장 많았다. 합격자의 40.4%는 80만~120만원, 25.7%는 40만~80만원, 20.2%는 120만~160만원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는 합격자의 비율이 수험생보다 높은 점을 볼 때 공무원시험에서 경제 지원 요인은 중요한 변수”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이 공정한 시험의 상징인 공무원시험에서도 적용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