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규의 데이터 너머] 한덕수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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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규 정치부 기자

14일 리얼미터 객관식 조사에 그의 이름이 들어가자 8%가 넘는 선호도가 나왔다. 그는 대선 판의 ‘키 팩터’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정치 신인의 첫 등장은 어땠을까. 대부분 1~2%로 처음 등장한 경우가 많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갤럽이 자유 응답 방식으로 조사를 시작한 2020년 1월 1% 선호도로 등장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2년 반가량 앞둔 시점으로, 당시 그는 검찰총장이었다. 2019년 시작한 조국 수사로 인지도가 높던 그조차 선호도를 10%대로 올리는 데 11개월이 걸렸다.
한덕수 차출론 확산
하지만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고 정치 도전을 선언한 2021년 3월, 선호도가 24%로 크게 올라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결국 그는 이듬해 열린 대선에서 최종 승리했다.그 무렵 한때 바람이 분 인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있다. 최 전 원장은 2021년 7월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2%로 처음 등장했다. 다음달 4%까지 선호도를 올렸지만 경선 과정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컷오프돼 등장한 지 넉 달 만에 더 이상 언급되지 않는 인물이 됐다.
이런 전례를 볼 때 ‘한덕수의 2%’는 성공을 장담하기에 애매한 숫자다. 대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한 권한대행 차출론이 계속 나오는 것은 현재 정치·경제 상황과 그의 경험·능력이 절묘하게 맞아 들어서다.
다가오는 결단의 시간
지금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통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화무쌍한 관세 정책은 외환·금융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문가다. 그는 경제기획원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상공부에서 고위공무원단으로 승진했고, 초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주미대사까지 지냈다.한 권한대행은 2022년 국무총리를 맡은 후 정기적으로 기자들을 만났는데 가장 인상적인 문답은 무역수지 등 통상에 관련한 내용이었다. 경제 정책 관여도 남달랐다. 다른 총리처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일임하는 대신 기재부에 직접 보고를 요청했다. 자신이 경제부총리일 때 인연이 있던 기재부 A과장이 경제 상황에 관해 수시로 ‘직보’했다.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그의 경제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화다.
특정 지지층만 결집하는 ‘팬덤 정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노무현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를 지냈다. 이후 보수 정부인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거쳐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다시 맡았다.
다만 정치 경험 부족과 고령의 나이 등이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결단을 내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공직자가 대선 출마를 위해 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5월 4일까지 20일이 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