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중 크로바케미칼 회장 "克日의지, 이젠 후배들이 이어받기를"
입력
수정
지면A28
모교 연세대에 20억 기부
정밀화학 용기 '블루오션' 개척
"50년간 극일 목표 잊지 않아"

지난 14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 총장실에서 만난 강선중 크로바케미칼 회장(83·사진)은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라며 “내년이면 창립 50주년을 맞을 정도로 회사가 성장한 만큼 이제는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인재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밀화학 포장용기 업체인 크로바케미칼 창업주인 강 회장은 이날 연세대에 발전기금 20억원을 기부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61학번인 그는 가난하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씨앗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업계에선 강 회장을 ‘블루오션 개척자’로 평가한다. 그가 회사를 설립한 1976년엔 위험물질을 담는 특수 용기를 제조하는 업체가 국내에 전무했다. 강 회장은 국내 정밀화학산업이 발전하려면 화학제품을 담는 특수 용기도 한국에서 제작해야 한다고 판단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업 초기 165㎡ 남짓한 공장에서 시작한 크로바케미칼은 이제 유럽연합(EU)과 아시아 전역에 수출하는 글로벌 ‘빅4’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강 회장은 “우리가 진출한 산업은 이미 일본과 독일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던 치열한 시장이었다”며 “독자적인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레드오션을 우리만의 블루오션으로 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회사의 성공 비결로 뚜렷한 비전과 한 분야 집중을 강조했다. 그는 “창업 당시부터 ‘극일(克日·일본을 뛰어넘는다)’이라는 목표를 가슴에 새겼다”며 “50년 경영 과정에서 단 한 순간도 이 목표를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기술 강국이던 일본을 뛰어넘지 않고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이제는 일본을 뛰어넘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지금까지도 위험물질 용기 제조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부동산 투자나 다른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권유받은 일이 많았지만 제조업이야말로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이라는 신념으로 ‘한 우물 파기 전략’을 고수했다. 그는 창업을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도 “한 가지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실패와 고난 앞에서 좌절하지 말 것도 당부했다. 그는 “뼈저린 가난이란 말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도 못한다”며 “하지만 그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정진한 것이 지금의 나와 우리 회사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회사를 경영하면서 오일쇼크, 외환위기 등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며 “절망의 시기에도 다시 일어설 용기만 있다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형편의 청년들에게는 “중요한 건 좌절의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