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모클레스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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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8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애초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다. 세상일이 무릇 그렇듯 지방의원의 일 역시 세상이 주목하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궂은 곳에서 모진 소식을 받아내며 버둥거리며 보낸다. 그럼에도 상관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아니까. 고된 길이 옳은 길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사서 하는 고생’도 기껍고 행복하다.
그러나 책임은 신념도 바꾼다. 서울시의회 의장이 된 뒤 ‘나만 알아주면 된다’는 고독한 소신은 달라졌다. 나는 몰라도 서울시의회의 평판과 여론에는 좀처럼 초연해질 수 없었다. 평판 사회에서 여론은 곧 신뢰인 까닭이다. 그 신뢰는 지방의회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지방의회를 둘러싼 냉엄한 평가는 지방자치의 토양을 단단하게도, 무르게도 한다.
무엇보다 청렴도는 같은 지붕 아래,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달리는 110명의 의원, 동료 직원 430여 명의 자존심이자 명예다.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서울시의회의 ‘청렴 성적표’는 특히나 쓰라렸다. 그 안에 담긴 질책은 나를 향한 채찍보다 아팠다.
다른 건 몰라도 청렴 문제에서 변명은 독이다. 의장으로서 내가 할 일 역시 지방의회를 위한 ‘변명’이 아니라 ‘증명’이었다. 무엇보다 청렴으로부터 지방의회의 신뢰와 명예를 회복시킬 새로운 기준이 필요했다.
지방의회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있고, 집행기관은 집행기관의 책임이 있다. 역할과 책임은 각기 다른데 기준은 하나다. 지방의회 인사권이 독립된 후에도 서울시를 감시, 관리, 감독하는 서울시의회 공무원은 서울시 공무원의 행동강령을 따라야 했고 서울시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했다.
내가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서울시의회 공무원을 위한 행동강령을 마련한 이유다. 기존 지침을 지방의회의 직무와 실정에 비춰 재점검하고 개편했다. 목표도 방향도 명확한 우리만의 청렴 지침이자 지도를 완성했다.
그렇게 완성된 서울시의회 공무원 행동강령은 ‘21세기의 다모클레스의 검’이 될 것이다. 말 꼬리털 한 오라기에 간신히 매달린 채 공직자의 머리를 겨누고 있는 그 날 선 칼은 조금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는다. 청렴과 부패의 선을 넘는 순간 가차 없이 떨어진다.
하지만 선을 넘지 않겠다는 ‘자신’, 옳은 길을 걷는다는 ‘확신’이 있다면 어떤 날 선 칼이 머리 위에 놓여도 두렵지 않은 법이다. 오히려 기꺼이, 당당하게 검 아래 서서 우리의 청렴을 보여준다면 그 칼은 청렴 의회의 진정성과 진면모를 선보이는 확실한 증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