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추위에 덜덜…길어진 '연탄 보릿고개'

경기 침체 등 영향
1년새 기부량 26%↓
올봄 이상 저온까지
취약계층 '냉골 생활'
봄기운이 완연해야 할 4월 중순에 눈까지 내리는 이례적인 날씨가 이어지면서 취약계층이 ‘연탄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때아닌 초겨울 날씨에 연탄 수요가 늘고 있지만, 탄핵 정국과 경기 침체 여파로 연탄 기부는 대폭 줄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15일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연탄은행)에 따르면 연탄은행 봉사자 20명은 지난 10일 강원 속초시 금호동 일대 취약계층 가구에 연탄 2000장을 배달했다. 통상 연탄 배달은 매년 동절기(10월~3월)에 이뤄지지만, 이례적인 추위로 4월에도 자원봉사자를 급하게 모집한 것이다.

연탄은행은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경북 울릉군, 서울 서초구 전원마을 등 연탄 수요가 있는 지역을 찾아 1만 장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연탄은행이 4월에도 연탄 배달에 나선 이유는 유난히 길어진 봄 추위 때문이다. 15일에도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도~영상 7도, 낮 최고기온은 영상 11~17도로 평년보다 2~6도 낮았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에서 초속 15m 이상의 강풍이 불 것으로 내다봤다.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들은 대체로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살고 있어 강풍이 불면 보온이 어렵고, 추위에 더 취약하다.

봄철에도 연탄 수요는 계속되고 있지만 기부는 급감하고 있다. 연탄 기부량은 지난해 12월 89만 장에서 올해 1월 13만 장, 2월 9만6000장, 3월 4만8000장으로 매달 감소했으며, 4월 1일부터 14일까지는 4400장에 그쳤다. 연간 기부량도 지난해 298만2193장으로, 2023년(402만9155장) 대비 26% 줄었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탄핵 정국과 경기 침체가 겹치며 기부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탄 사용 시기가 길어지자 여름철에 대비해 미리 확보해둔 비축 물량마저 소진되고 있다. 연탄은 겨울뿐 아니라 장마철 곰팡이 발생을 막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예년에는 장마철 대비용으로 가구당 200장 정도 비축했는데 지금은 그런 여유조차 없다”고 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