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룽신탁, 청산 위기…'그림자금융' 구조조정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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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업계 자본금 3위 중룽중국의 대표 그림자 금융사인 중룽인터내셔널트러스트가 지급 불능 판정을 받고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모회사 중즈엔터프라이즈그룹의 유동성 위기에서 촉발된 연쇄 부실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8兆 디폴트로 3만명 피해
中정부 "그림자금융 점차 축소"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룽의 자산관리인 역할을 맡은 중신트러스트와 건신트러스트는 최근 중룽이 사실상 파산 상태라고 보고 규제당국에 청산 계획안을 제출했다. 당국의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그림자 금융 정비’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림자 금융은 전통 은행권 밖에서 운영되는 금융 중개 활동을 일컫는다. 중국에서는 주로 신탁사, 자산관리사 등이 고소득자와 법인에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 개발, 지방 정부 프로젝트 등 고위험 분야에 투자해왔다.
중룽은 2022년 기준 자산 7860억위안(약 1080억달러)을 운용하며 신탁업계에서 자본금 기준 3위에 오른 대형 업체다. 하지만 2023년 말부터 여러 신탁 상품에서 지급을 중단하며 감독 대상에 편입됐고, 현재까지 2500억위안(약 48조원) 규모 상품이 디폴트 처리됐다. 피해자는 개인 3만 명, 기관 2000곳이 넘는다. 블룸버그는 “비상장사로 공모채도 없는 중룽은 투자자 보호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며 “파산이 확정되면 수년간 이어질 청산 절차 속에 투자금 회수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즈그룹은 이미 지난해 공식적으로 파산 신청을 했다. 중룽은 그룹 내 핵심 자회사로, 모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계열사 부실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당시 중즈 사태는 중국 자산운용업계 전반에 충격을 주며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중룽 사태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실패를 넘어 중국 전체 그림자 금융 산업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중룽 청산으로 그림자 금융의 점진적 축소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신탁업은 1979년 이후 여섯 차례 구조조정을 거치며 상업·투자은행, 사모펀드, 자산 운용 기능을 융합한 금융 중개 구조를 만들어 성장해왔다. 고소득층과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투자하고, 암묵적인 원금 보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등에 자금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레버리지 억제 정책이 맞물리면서 그림자 금융 부문 부실이 빠르게 드러나고 있다. 2023년에는 신중국트러스트가 구조조정 실패 끝에 파산했고 쓰촨신탁 파산도 승인됐다. 중룽신탁 외에도 올 들어 162개 신탁 상품이 디폴트에 빠졌고, 누적 피해 규모는 690억위안(약 13조원)을 웃돈다. 현재도 6000억위안 이상 신탁 자산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