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 출장 직원에 방첩용 IT기기 지급

유럽연합(EU)이 미국을 방문하는 고위 당국자에게 선불 휴대폰과 단순 노트북 등 ‘방첩 전용 정보기술(IT) 기기’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 출장 시 적용해온 보안 프로토콜과 동일한 수준의 조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오는 21일부터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을 찾는 EU 집행위원과 고위 관리들이 이 같은 지침을 통보받았다고 보도했다. FT는 “EU가 미국을 감시 우려 대상으로 설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중국, 우크라이나 출장 시와 같은 경계 수준을 적용했다”고 전했다.

EU는 미국이 EU 집행위원회 내부 시스템에 접근하려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미국 국경 요원은 외국인의 휴대폰과 노트북을 압수해 내용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한 이력이 있는 관광객과 학자가 입국을 거부당한 사례도 잇따르고 있어서다.

EU는 이번 방미단에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경제 담당 집행위원, 마리아 루이스 알부케르크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 요제프 시켈라 국제파트너십 담당 집행위원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안보 관련 권고사항이 최근 개정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FT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악화한 대서양 관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은 안보와 관련해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에 실패하고 있다”고 수차례 비판해왔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