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對美 네트워크 강화…워싱턴소장에 공화 4선 의원

드루 퍼거슨 前 하원의원 영입
美 관세 대응 등 대관업무 총괄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연방 하원의원 출신을 대미 대관 업무 총괄로 영입했다. 국내 기업 중에선 처음 시도하는 인사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말 미국인인 호세 무뇨스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고, 전 주한 미국대사인 성 김 자문역을 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대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드루 퍼거슨 전 연방 하원의원(사진)을 다음달 1일부터 미국 정부와 의회를 담당하는 워싱턴사무소장으로 선임한다고 15일 밝혔다. 퍼거슨 전 의원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지아주에서 4선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으로, 공화당 내 친(親)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땐 공화당 하원 수석부총무를 맡았다.

그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기아 조지아 공장이 있는 웨스트포인트 시장을 지내며 현대차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2019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이 기아 조지아 공장 10주년을 기념해 현지에 방문했을 때도 하원의원으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워싱턴사무소는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과 워싱턴 정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대관 업무 기관이다.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의 대관 업무를 맡는 기관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최근 두 조직을 하나로 합친 데 이어 신임 소장으로 퍼거슨 전 의원을 임명했다. 그룹 차원에서 미국 정가와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지난달 국내 정·재계 인사 중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백악관에서 210억달러(약 30조원) 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증설과 현대제철 전기로 제철소 건설 등 굵직한 투자를 예고한 만큼 미국 정계와의 스킨십 강화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일부터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관세 대응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현대차는 무뇨스 사장실 산하에 ‘관세 대응 전략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승조 부사장을 TF 수장으로 앉혔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