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현금이 최고" 트럼프 관세 톤다운에도 증시 바닥은 아직? [빈난새의 빈틈없이월가]



최근 일주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톤 조절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 데 이어 11일엔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 등 전자제품을 보편·상호관세 대상에서 면제했습니다. 기존에도 CPU를 비롯한 일부 반도체 제품은 산업별 관세 부과에 대비해 예외로 두긴 했지만, 이번에 그 대상을 대폭 넓힌 겁니다. 14일엔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 내 생산을 위한 시간을 더 벌 수 있도록 수입차에 적용하고 있는 25% 관세를 한시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관세에 대해) 기업들과도 이야기하겠다" "유연성이 필요하다"고도 했고요. 결국 반도체와 의약품을 필두로 '산업별 관세'가 또 부과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초강경 일변도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도 변화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월가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섰으니 이제 증시는 바닥을 친 걸까요? 기술주 분석의 대가로도 불리는 월가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 댄 나일스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여전히 '신중론'이 대세인 월가 전반의 의견과 비슷합니다. 2022년 미국 증시 조정장, 2023~2024년 폭등장을 예견했던 댄 나일스는 올 1월 다른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연말 목표치를 6,600~7,100으로 제시할 때 "올해는 2022년 조정장과 유사할 것"이라며 올해 포지션 1순위로 현금을 꼽았던 사람입니다. 그의 견해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합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선회에 대한 평가는.

"상황이 바뀌면 나도 생각을 바꾼다"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명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몸소 보여줬다. 주식·채권·크레딧 시장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가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고 발언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은 '증시는 안 본다'고 해왔던 트럼프가 채권시장은 신경쓴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을 일종의 성과로 여기고 있습니다. 지난주 채권·외환 시장은 그야말로 공포에 젖어있었습니다. 강대강 관세에 대한 우려로 미국 장기채 금리가 0.5%포인트 이상 급등하고, 달러는 3년래 최저치로 급락했습니다. 이렇게 주식·채권·통화가 동시에 하락하는 것을 두고 월가에선 ‘Sell Everything American’, 즉 신흥국마냥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모두 매도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미국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S&P500과 나스닥이 고점 대비 20% 하락해도 꿈쩍 않던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를 선언한 건 결국 채권 급락, 금리 급등 때문이라는 겁니다.

댄 나일스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책임자였던 제임스 카빌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런 의견에 동조합니다. "다음 생이란 게 있다면 교황도 대통령도 4할 타자도 아닌 채권 시장이 되고 싶다. 모두를 겁줄 수 있으니까." UBS 역시 "트럼프가 관세 정책이 경제와 시장에 미칠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시장이 확인했다"며 "정책 불확실성의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안도 랠리는 어디까지 갈까.

역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반등은 약세장 가운데 발생했다. 따라서 이번 관세 유예 이후 반등 랠리도 더 갈 여지가 있다.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의 방향은 10년물 금리와 달러, 신용스프레드에 달려 있다고 본다. 내가 위험자산을 축소할 시점은 △VIX 지수가 20대 중반으로 하락하거나 △S&P500이 4월 2일 '해방의 날' 이전 수준을 회복할 때다.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 이전 S&P500은 5,670에서 마감)

JP모건도 "'트럼프 피봇'이 완전한 위험 해소의 신호로 볼 수 없다. 반등시 매도 전략을 유지한다"며 무역전쟁의 명확성이 확보되기 전까지 S&P500은 5,200~5,700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증시의 방향은 장기적으로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P/E, 주가수익비율)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올해 S&P500 기업 이익 성장률 추정치에 대한 월가 컨센서스는 현재 10%인데, 많이 내려와야 한다. 내 생각엔 올해 사실상 '제로 성장'이 타당해보인다.
S&P500 선행 주가수익비율(P/E) 추이. 녹색선은 30년 평균치.
이렇게 이익 추정치가 낮아진다면 멀티플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 국면에서 S&P500의 평균 P/E는 10 중반대였다. 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5~3%일 때 19배였다. 그런데 지금(4월 14일)은 23배다. 즉 여전히 역사적인 평균보다 밸류에이션이 높다. 이런 이익과 밸류에이션의 방향성을 고려하면 우린 아직 완전한 바닥을 보지 못했을 수 있다.

▷여전히 현금이 1순위인가.

그렇다. 3~4분기에는 미국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또 향후 1~2개월 내 반도체 수출 규제 및 추가 관세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연초와 마찬가지로 현금이 여전히 유효한 선택이라고 본다. 개별 종목 측면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를 통해 생성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네트워크 장비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연초 제시한 톱픽 5 리스트에도 시스코(CSCO·2위), 애드트란(ADTN·5위)가 있었다. 하지만 10~14% 반등하면 매도하고 과매도 구간에서 매수하는 전략과 병행해야 한다. 연말까지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