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의 왕 '다이아몬드'도 당했다…사상 '최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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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 직격탄 맞아
FT "앤트워프서 배송 올스톱"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820억달러(117조원) 규모의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바이와 더불어 다이아몬드 유통 허브로 꼽히는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다이아몬드 일일 배송량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관세를 발표한 이후 이전보다 약 85% 급감했다. 앤트워프 다이아몬드 업계 대표 기관 앤트워프 다이아몬드 센터의 카런 렌트메이스터르스 최고경영자(CEO)는 “관세 발표 후 이곳에서의 다이아몬드 배송이 사실상 멈춰 섰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에 부과한 관세 10% 중 금이나 구리 등 산업재로 쓰이는 여러 광물이 제외됐으나 다이아몬드는 이를 피하지 못했다. 원산지에 따라 상호 관세도 예고됐다. 세계 다이아몬드 90%가 인도에서 폴리싱(연마) 공정을 거치는데, 연마 공정이 이뤄진 국가를 다이아몬드 완제품의 원산지로 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에 예고한 상호관세는 27%다.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감정기관(GIA) 프리테시 파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관세 때문에 홍콩, 두바이 등 해외 8개 사무소의 운영을 강화했다”면서 "관세가 전체 공급망에 많은 불확실성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랩그로운 다이아의 폭발적 성장세, 중국의 혼인율 감소 등은 보다 근본적인 위협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에 따르면 실험실 다이아의 성장세에 반비례해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은 급락세를 타고 있다. 최근 시세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3월 7일보다 약 40%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업체인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 재고량이 약 20억 달러(약 2조9200억 원)에 달해 2008년 이후 원석 다이아몬드 판매가 가장 부진한 해를 기록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다이아몬드 시장인 중국에서 경제 둔화와 취업난,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혼인신고 건수가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다이아몬드 수요가 급감한 것이 글로벌 시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연간 혼인신고 건수는 2013년 1346만 건에 달했으나 2014년부터 9년 연속 감소해 2022년 683만 건에 머물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