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만 보인다"…'벌거벗은 세계사' 중징계 받은 이유

12월 17일 방송된 tvN '벌거벗은 세계사'/사진=방송 캡처
12월 17일 방송된 tvN '벌거벗은 세계사'/사진=방송 캡처
출연진이 앉은 소파의 상표명을 반복해서 노출한 tvN '벌거벗은 세계사'가 중징계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4일 전체 회의를 열고 '벌거벗은 세계사'에 법정 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다. 이 프로그램은 간접광고 상품인 출연진들이 앉은 소파의 상품명을 노출하며 지나친 광고로 시청 흐름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제기된 바 있다.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부터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되는 중징계이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실내 스튜디오에서 출연자들이 강의를 듣는 형식으로 방송이 진행된다. 강연자와 강의 참고 영상을 제외하면 출연자들이 앉아 있는 제품이 수시로 노출되는 구조인데, 반복적으로 상표명이 노출돼 시청 흐름을 방해했다는 지적이다.

김정수 위원은 "프로그램 내용과 무관한 의자 광고가 붙박이로 나오는 셈"이라며 "광고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의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제작진이) 받아들이는 것 같아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과도한 간접광고"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법정 제재 '주의' 의견을 냈지만, 강경필 위원은 '경고' 의견을 냈다. 강 위원은 "방심위에 회부된 것을 인식하고도 똑같은 형태로 방송이 됐다"며 "사안이 가볍지 않아 법정 제재 '경고'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원이 접수된 방송은 지난해 12월 17일 등의 방송분이었는데, 지난 15일 방송분에서까지 상표명이 적힌 동일한 의자가 사용됐다.

류희림 위원장도 "간접광고에 대한 불감증"이라며 같은 의견을 내면서 '경고'가 의결됐다.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tvN 관계자는 "시청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패널 위치나 로고 위치를 나름 고민을 한 것"이라며 "당장 수정하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게 방법을 찾아서 조정해보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이날 방심위는 지난해 2, 3월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필수 고지 항목을 누락한 CBS AM '김현정의 뉴스쇼'와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대해서 행정 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또, 상품을 구매한 이후에 불만족스러울 경우 반품하는 조건임에도 '무료체험'이라고 표현해 시청자를 기만한 채널J·엣지 TV·채널이엠(chEM)의 '키친플라워 원형 인덕션' 광고에도 권고를 의결했다.

무료 증정 이벤트를 한다고 하면서 "15분 이상 상담완료 고객에 한한다"는 조건을 작은 자막으로 고지한 하이라이트TV·헬스메디TV·오라이프(OLIFE)의 '일양식품 일양 전립선건강 눈건강 파워솔루션' 광고에 대해서는 각각 권고를 결정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