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혁 대표 "국내 제약·중견기업, 美 바이오기업 지분 투자 적극 지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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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권경혁 미국 PEF 써미트파트너스 대표미국 뉴욕 월가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써미트파트너스가 최근 5년간 국내 대형 제약사 4곳 오너들에게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 바이오 기업 4곳의 지분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코슈틱스, 노바백스, 시마베이, 키메릭스 등의 지분 10% 투자를 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인 제약사는 없었다. 써미트파트너스가 추천한 4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투자 기간 2년6개월간 160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대상 '인수 펀드' 조성
최근 제약사 4곳 오너에 투자 제의
3년 보유기간 수익률 500% 목표
월가의 유일한 한국계 사모펀드
추천기업 몸값 키워 매각 성과
입소문 타고 美서 인지도 높아
바이오는 10년 후 고성장 산업
고령화로 신약 수요 계속 증가

권 대표는 바이오산업 진입을 희망하는 국내 중견·중소기업을 상대로 나스닥 바이오 기업 인수 펀드를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바이오 기업의 지분 10% 이상을 소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본질가치 대비 크게 저평가된 임상 3상 단계의 중소형 바이오 기업이 주요 타깃이다. 기업별 지분 보유 기간은 2~3년으로 펀드 목표수익률은 500%다.
권 대표는 “지분 10% 매수부터 시작하지만 투자 기업이 바이오산업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가 쌓이면 30%에서 50%까지 취득해 이사회에 합류하고 인수합병(M&A)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분 인수에서 경영권 취득, 투자와 리스크 관리 등 종합 컨설팅도 가능하다. 나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이 비싸리라는 것은 선입견이다. 그는 “나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중 시가총액이 15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인 기업이 200곳이나 된다”며 “전망이 밝지 않은 기업이 많지만 이 중에 ‘진주’가 숨어 있다. 우리는 그런 진주 10곳을 확보했고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업체가 아니라 나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만 겨냥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상장된 한국 바이오 기업은 전반적으로 고평가된 면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미국은 경쟁이 심하다 보니 저평가된 기업이 많다”며 “다만 저평가됐다고 해도 차별화된 핵심 기술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세계 바이오 시장의 주축이 되길 바라는 그는 국내 대형 제약사 오너들을 직접 만나 지분 투자와 M&A를 권유하기도 했다. 최근 5년간 항암제 개발회사 온코슈틱스, 백신 개발회사 노바백스, 간질환 신약 개발회사 시마베이, 항암제 개발회사 키메릭스 등의 지분 10% 투자를 제안했다. 그가 추천한 4곳 중 3곳은 이후 글로벌 대형제약사(빅파마)에 몸값을 띄워 매각됐다.
투자 성과가 미국 바이오 투자업계에 입소문을 타면서 권 대표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그는 라니 스테판 전 메릴린치 부회장, 세계 최대 독립 M&A 자문사인 라자드의 알렉산더 스턴 전 투자금융(IB) 대표, 로런스 핑크 블랙록 회장 등 투자업계 거물과 두루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바이오야말로 10년 후에도 유일하게 고성장할 산업이라고 봤다. 고령화, 의료 혜택 확대, 새로운 질환의 출현 등으로 신약 수요가 계속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써미트파트너스의 주요 투자 대상 기업을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별로 구분해 보면 유전자치료제, 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희소질환 치료제 등의 개발사가 많다.
그는 “이들 치료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잘 나오는 편이고 약값이 비싸며 영구적인 치료를 목표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면역항암제 역시 병용 치료 요법이 많아지면서 성과가 잘 나오는 분야고 희소질환은 그동안 개발이 미진했던 영역”이라고 했다. 투자 대상 기업을 적응증별로 나눠 보면 항암, 안과, 심장질환, 비만, 희소질환 등이 많다. 투자를 제한하는 영역으로는 ‘유전자 편집’ 기술과 ‘치매 치료제’를 꼽았다. 권 대표는 “미래신수종 산업인 바이오에 진출하고 싶은 국내 기업에 많은 애정을 갖고 돕고 싶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