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 보행 장애…노화로 오인 말고, 파킨슨병 검사하세요

'세계 파킨슨병의 날'…조기 진단으로 사전 예방을

도파민이 보내는 경고 '파킨스병'
치매·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질환
지난 10년 사이 환자 수 약 1.5배 증가

운동 장애 전에 우울감 등 전조 증상
유전·환경적 요인 등 복합적으로 작용

환자 증상·약물반응 등 맞춤형 치료
약물 조절 안되면 뇌심부자극술 고려
치료의 핵심은 증상 완화·삶의 질 유지

관절 유연성·근력 유지…운동이 중요
조기 치료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
이상 증상 있으면 조기 검진이 필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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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1817년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해당 질환을 최초로 보고한 데서 유래한 이날은 세계적으로 파킨슨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계기로 삼고 있다. 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대표적인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꼽힌다. 주로 60~70대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하며, 국내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는 2019년 12만5607명에서 2023년 14만2013명으로 13.1% 늘었다. 보건의료빅데이터에서도 지난 10년 새 환자가 약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파킨슨병은 사회 전체의 건강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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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은 복합적…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이 핵심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사라지면서 신체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도파민은 ‘행복물질’로도 불리는 신경전달물질로, 근육의 움직임, 평형 감각, 정서 조절 등에 관여한다. 이 도파민이 부족해지면 운동장애가 발생하고, 일상생활에도 큰 제약이 생긴다.

유달라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평균 발병 연령은 50대 중반이지만, 연령이 높을수록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은 느린 동작(서동), 떨림, 경직, 균형 잡기 어려움(자세 불안정), 보행 장애 등이다. 하지만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잠꼬대, 변비, 우울감 같은 비운동 증상이 수년 전부터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조기 진단의 단서가 되기도 한다.

유 교수는 “대부분 서서히 여러 가지 증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간주하기보다 증상이 불편하지 않더라도 전문 의료진의 진찰을 통해 진단 및 치료 선택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진단은 정밀하게, 치료는 맞춤형으로

진단은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 소견과 운동 증상 평가를 통해 이뤄진다. ‘레보도파’와 같은 약물 투여에 증상이 반응하는지를 보는 것도 중요한 기준이다. 필요한 경우 뇌 자기공명영상(MRI), 도파민 운반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 정밀 검사를 병행해 유사 질환과 구별한다.
파킨슨병 치료의 핵심은 증상 완화와 삶의 질 유지다. 약물치료는 통상적으로 증상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때 시작하지만, 최근에는 환자 상태에 따라 조기 치료가 권장되기도 한다. 주요 치료제는 도파민 전구물질(레보도파), 도파민 수용체 효현제, 분해 억제제, 분비 촉진제 등이 있다. 하지만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약효 지속시간은 짧아지고,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이 경우엔 뇌심부자극술(DBS)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장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은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증상에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며 “환자의 증상 양상과 약물 반응을 종합해 맞춤형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DBS는 뇌의 특정 부위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 자극을 주는 수술로, 시상하핵(STN)이나 내부 담창구(GPi)가 주요 표적이다. 적절한 시점에 시행된다면 증상 조절에 큰 도움이 된다.

◇ 운동은 약만큼 중요…일상 속 실천이 치료의 연장선

운동은 파킨슨병 관리에서 약물 못지않게 중요하다. 유 교수는 “운동은 진행 속도를 늦추고 근력을 유지해 넘어짐 등의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하루 30분 정도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스트레칭 운동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가령 팔을 위로 쭉 뻗어 5초간 유지하는 동작,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겼다 펴는 동작, 발꿈치를 들어 올리는 운동 등이 있다. 이는 관절 유연성과 근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 식단의 경우 특별히 제한되는 음식은 없지만, 영양소가 고르게 포함된 균형 잡힌 식사가 바람직하다.
장 교수는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조기에 진단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며 “초기에는 노화로 오해할 수 있는 증상이라도 변화가 느껴지면 병원을 찾아 검진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질병과 장기적으로 동행해야 하는 만큼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의 이해와 지지도 중요하다.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조기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세계 파킨슨병의 날을 계기로 건강에 한 번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