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보다 많아"…1600만 크립토 표심 어디로 갈까 [한경 코알라]

김민승의 ₿피셜
사진=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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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대선, 크립토 민심은 어디로 향할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입자 수가 16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주택 소유자 수 1561만 명(2023년 11월), 주식 투자자 1410만 명(2024년 12월)을 상회하는 수치다. 6월 대선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이 시점에 1600만 크립토(비트코인 등 가상자산·NFT 등 디지털 자산·블록체인 등을 통칭하고자 한다) 투자자들은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유권자 집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적 영향력으로 부상한 크립토 투자자

‘가상자산 개인 지갑 신고 의무화 반대에 관한 청원’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여 만에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했다. 크립토 투자자들도 정치적 정체성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의 선례에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5200만 크립토 투자자들이 작년 선거에서 ‘크립토 프렌들리’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놀라운 결집력을 보여주며 '크립토 프레지던트' 트럼프 당선과 공화당의 ‘레드 스윕’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에서 크립토 관련 공약은 주택 및 주식투자 관련 공약만큼의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크립토 민심은 무엇을 원하는가?

1600만 크립토 민심은 무엇을 원할까? 당당함과 떳떳함이다. 지금까지 크립토는 사회적으로 자금세탁 수단이나 다단계 사기, 무분별한 투기로 인식되어 왔다. 10여 년 전 갑자기 등장해 빠르게 성장한 크립토는 새로웠기에 이상해 보였고, 처음 보는 것에 대한 ‘미지의 공포’는 기존 자산군과 크립토와의 차이점이 ‘틀린 것’이라는 여론을 만들었다. 크립토 등장 이전부터 활동하던 사기꾼들이 크립토로도 사기를 치기 시작하자 크립토가 ‘나쁜 것’이라는 여론은 더욱 강화되었다. 언론과 정치권도 이 여론에 편승했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실패는 경제 상황이나 정부 정책 탓으로 돌리면서도, 크립토 투자의 손실은 개인의 무지와 무모함의 결과로만 치부해왔다.

코인으로는 돈을 벌어도 나쁜 것, 잃어도 나쁜 것, 그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지금도 존재해 왔다. 크립토 투자자는 다른 자산 투자자보다 소수였고, 소수가 으레 그렇듯이 다수의 비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그렇게 끊임없이 정부와 언론과 여론에 매도당하던 크립토 투자자가 어느새 1600만 명에 이르렀다. 작년 초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 증시에 상장된 후 인식이 일부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크립토 투자자들은 명절에 만난 친척들이나 직장 상사에게 크립토 투자 사실을 알리기가 꺼려진다. 이들은 이제 사회적 인정을 바라고 있다.

크립토 산업 전면적 선진화

크립토 투자자들에게 당당함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코인’에 대한 여론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가적 담론에 크립토가 긍정적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크립토의 존재와 미래가치를 인정하고, 이것이 비가역적인 세계적 발전 방향이자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라는 사실을 나라의 리더십이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크립토의 차단 방안이 아닌 육성과 진흥 방향성을 논의해야 한다. 단계적, 점진적 허용이 아닌 행정과 입법을 통한 전면적 선진화가 필요하다.

제한적 법인투자 허용에서 더 나아가 금융사와 금융기관의 크립토 관련업 진입,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시장 참여, 크립토 파생상품 출시 등이 포괄적으로 추진해 시장과 산업의 고도화, 선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크립토와 제도권 금융의 융복합에 대비해 제도를 미리 정비해야 한다. 고사 상태에 빠진 국내 블록체인과 크립토 산업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진흥해 복구해야 한다.

동시에 거래 시장 정화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코인 투자를 빙자한 사기와 시세조종은 과거 사례까지 철저히 적발하여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대형 거래소 상장 빙자 사기, 상장 비리, 펌프 앤 덤프, 스캠코인 발행, 다단계 코인 판매 등 코인 관련 부정적 이슈들은 모두 국내 거래소에 상장만 하면 시세조종을 통해 수백억의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경험칙에 기반한다. 이러한 시세조종을 시스템적으로 발본색원할 수 있도록 거래소들의 자정 노력과 함께 체계적이고 강력한 규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크립토 투자로 얻은 이익이 공정하고 떳떳한 투자 수익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이는 크립토 투자자를 사회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이 될 것이다.

우리만 뒤처져 있다

이는 결코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미국에서는 지난 정권에서 자행한 '디뱅킹' 그림자 규제 사례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크립토 관련 규제 명확화를 위한 원탁회의를 업계 인사들과 함께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 전략 자산화와 함께 크립토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법령과 규제를 전면 검토하고 개선하도록 지시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안 입법이 초당적으로 지지를 받으며 급물살을 타고 있고, 비트코인 전략 자산화 역시 여러 주와 연방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홍콩, 두바이 등 글로벌 금융 중심지들도 이미 크립토 시장과 산업의 제도화와 선진화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정치권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를 직시해야 한다.

1600만 표심을 움직일 약속

대통령 선거는 국가적 담론의 패러다임 쉬프트를 일으키는 데 최적의 이벤트다. 1600만 명의 유권자들이 사회적 인정, 당당함과 떳떳함을 원한다. 크립토의 존재와 미래를 인정하고, 시장을 선진화하며, 산업을 육성하고, 불법 행위를 근절해 공정한 시장과 생태계를 구축할 것을 약속하는 후보에게 이들은 강력한 지지를 보낼 것이다.

1600만 투자자들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후보의 약속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크립토 투자자들에게 하는 공약은 단순한 선거 전략이 아닌, 대한민국 첨단 산업과 금융업의 미래를 위한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 청사진이 되어야 한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을 맡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