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식은 팔더니…"돈 버는데 사야죠" 15조 쓸어 담았다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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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이달에 국채 15兆 순매수
삼전 현대차 한화오션 등은 17兆 '폭풍매도'
국채 국가신용등급 높고, 단기매매차익 기대

한 여의도 증권가의 매니저는 무심한 듯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 시장에서 주식을 폭풍 매도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요즘 국고채에 꽂힌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 빠진 외국인 유동성이 채권시장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외국인은 올들어 주식을 17조원어치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순매도 2조5250억원), 현대자동차(1조4060억원), 한화오션(1조3670억원) 등을 주로 팔았다. 반면 외국인은 이달에 3년 만기 국채선물을 15조원어치나 쓸어 담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과 국채의 탄탄한 신용도(S&P 등급 기준 'AA') 등이 반영됐다. 국채금리가 내리면서(국채 가격은 상승) 매매차익을 올리려는 유인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많다.
1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1~15일에 3년 만기 국고채 선물을 14만4989계약(액면가 14조4989억원) 순매수했다. 전달 2만4789계약을 순매도했지만 이달에 순매수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 4일 하루에만 4만계약(액면가 4조원) 이상 사들이는 등 강렬한 매수세가 나왔다.
월간 기준으로 작년 6월(14조9317억원) 이후 최대치다. 최근 기세라면 월간 매수세가 작년 6월을 큰 폭 웃돌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금이 유입되면서 국채 금리도 빠르게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09%포인트 내린 연 2.399%를 기록했다. 2022년 3월 22일(연 2.399%) 이후 최저치다. 15일 AA-등급(무보증·3년 만기 기준) 회사채 금리는 연 2.984%로 역시 2022년 3월 21일(연 2.944%) 후 가장 낮았다.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 흐름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정부가 최근에 12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밝힌 바 있다.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국채값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세계 3대 국채 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한국 국채가 편입되는 시점이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미뤄진 바도 있다. 단순 계산으로 올해 11~12월에 WGBI를 타고 들어올 12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이 국채 시장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른바 '유동성 결손'이다.
하지만 외국인이 국채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서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관세전쟁 조짐에 따라 한국의 경기 하방 압력이 커졌다"며 "한은이 이에 대응해 올해 기준금리를 연내 두 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말에 기준금리가 연 2.25%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단기물 국채로 매매차익을 올리려는 수요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올들어 15일까지 주식시장에서 17조원어치 물량을 순매도했다. 이 같은 매도자금이 국채 시장으로 유입된 영향도 있다. 원화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고 국채 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달러 약세 흐름을 반영해 원·달러 환율이 연말에 1370~138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환차익 노린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사들이려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