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넣었으면 4000만원 벌었다"…역대급 수익률에 '우르르' [분석+]
입력
수정
금펀드 연일 고공행진
트럼프 관세 폭탄에 '피난처'
금(金)펀드 수익률 올 들어 19% 달해
관세발 경기침체 우려에 금 수요 확대
금 선물 3200달러 돌파…역대 최고가
ETF·골드뱅킹 등 금 투자 방법 다양
"시장 변동성 높아 금 투자매력 유효"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금펀드 13개의 최근 한 달(14일 기준) 수익률은 6.3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한 전체 테마 48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자랑했다. 그 뒤를 잇고 있는 원자재펀드 수익률(3.5%)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올해 평균 수익률만 18.99%에 달했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영향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기준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트라이온스(31.1g)당 3282달러49센트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24.28% 급등했다.
그동안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을 늘려온 게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해마다 세계 금의 평균 13%(2014~2023년 평균)를 소비해왔는데 2022년부터는 20% 이상을 매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종훈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운용부장은 "중앙은행들이 금 비중을 높이는 이유는 다양하다"며 "주로 국가 간 갈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이 미국 달러화를 대체(헤지)할 수 있는 준기축통화로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 폭탄'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의 브루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을 40%에서 60%로 높이기도 했다. 조너선 핑글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호관세 여파로 미 경제가 기술적 침체(2개 분기 연속 역성장)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금에 대한 직접적인 관세 효과는 종료됐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는 여전히 금 가격 상승 요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과 직결된다고 할 수 없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기대인플레이션 혹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급등하고, 미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센티멘트(투자심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은 은행·금은방 등에서 실물을 구입하는 것 외에도 투자 방법이 다양하다. 증권사에 금 현물 거래 계좌를 개설하면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 상장된 '금 1㎏'과 '미니금 100g'을 주식 거래하듯 사고팔 수 있다. 은행의 골드뱅킹(금 통장)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통장을 만들면 0.01g 단위의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 '현물'과 '선물' 기반의 금 ETF를 통해 투자할 수도 있다.
이종훈 부장은 "시장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금은 일반적으로 다른 자산군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이를 감안하면 현재 투자 매력도는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각국 중앙은행의 수급 요인, 높아진 시장 변동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금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는 게 권장된다"고 조언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