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결혼하자"던 라오스 미녀, 알고 보니 고용된 배우였다

국제결혼 사기 주의보

국제결혼 5년새 최고치
사기 피해도 덩달아 확산

결혼중개업법 위반 3년새 2배 급증
SNS로 유인 후 돈만 챙겨 '먹튀'
미성년자 소개 등 불법 행위까지
사진=유튜브 갈무리
사진=유튜브 갈무리
"라오스 국제결혼에서 최고의 미녀 여성입니다. 망설이지 마세요." 지난 3월 라오스 여성들을 소개하는 국제결혼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제목이다. 해당 채널은 조회수 수만 회를 기록하며 SNS에서 인기 몰이 중이지만, 실상은 무등록 국제결혼 중개 사기 조직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전부 라오스에서 고용된 배우다.

올해에만 국제결혼피해자신고센터에 해당 채널에 대한 사기 피해 사례가 7건 접수돼 센터에서는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브로커가 2500만원 상당의 중개비를 받고, 여성은 지참금이나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뒤 잠적하는 수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진 센터장은 "여성이 '당신이 무섭다'는 등 각종 이유를 대며 결혼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후 중개업체는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불법 중개업체 난립...SNS 중심으로 피해 확산

지난해 국제결혼 수가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국제결혼 수요가 급증하며 이를 악용한 사기 피해도 덩달아 늘고 있다. 중개업체가 상대방의 신상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결혼이 파탄 나거나, 애초에 결혼 의사가 없는 여성과 공모해 금전을 편취하는 등 수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엔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무허가 중개업체의 홍보가 활발해지며 피해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결혼중개업법 위반으로 검거된 건수는 2021년 28건에서 지난해 62건으로 2.2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국제결혼 수요가 회복되면서 무허가 중개업체의 난립과 허위 신상정보 제공 등 위법 사례가 늘어난 결과다. 국제결혼은 같은 기간 1만3102건에서 2만759건으로 58.4% 늘었다.
사진=김다빈 기자
사진=김다빈 기자
피해는 대부분 정부의 관리망에서 벗어난 불법 중개업체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무허가 결혼중개업자 A씨에게 약 8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피해자 B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씨는 A씨의 소개로 베트남 여성과 만나 베트남 현지에서 결혼했지만, 귀국 후 여성은 '베트남 남성과의 사이에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린 뒤 잠적했다. 법원은 중개업자가 여성의 신상정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고 맞선과 결혼식 비용, 위자료 등을 모두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특히 SNS를 이용한 전방위적 홍보가 이뤄지며 피해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제결혼중개업체 이용자의 47.4%가 온라인 광고를 통해 업체를 알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에 '국제결혼'을 검색하면 "20살 베트남 여성이 50살 연상의 한국 남자와 결혼하는 이유", "18살 몽족 소녀 너무 이쁘네요" 등 영상이 상위권에 노출돼 있다.

한국 체류나 금전 획득을 목적으로 한 결혼 사기도 잇따르고 있다. 작년 12월 19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베트남 여성 C씨에게 사기죄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C씨는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한국 남성과 결혼식을 올린 뒤, 매달 300달러씩 생활비와 어학당 비용 명목으로 약 500만 원을 받은 후 잠적했다. 법원은 "C씨가 정상적인 혼인의사가 없었으며, 금전적 이득과 국내 체류를 목적으로 결혼을 위장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성년자 소개 등 불법 행위까지

미성년자 소개 등의 불법 행위도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라오스대사관은 지난 1월 "최근 우리 대사관에 접수된 결혼비자(F61) 신청자 중 신청자의 나이가 만18세인 경우 혹은 만 19세를 갓 경과한 사례들이 포착되고 있다"며 "비자 신청자가 미성년자라는 구체적인 물증 내지 주변인 진술이 확보될 경우 라오스 공안부에 정식으로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국제결혼 수요 증가에 편승해 금전을 노리는 무허가 중개업체와 사기성 홍보영상에 대한 체계적인 단속이 시급하다"며 "소비자들도 자신이 이용하는 업체가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합법 업체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