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낙폭 키운 코스피…美中 갈등·ASML 수주 부진 여파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오후 들어 낙폭을 가파르게 확대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심화할 조짐이 일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장중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의 수주 실적이 발표됐는데,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반도체주(株) 투자심리가 더 위축됐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29.98포인트(1.21%) 내린 2447.43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 대비 4.63포인트(0.19%) 내린 2472.78로 출발한 뒤 약보합세를 이어가다가 오후 들어서 가파르게 낙폭을 키웠다. 한때 2442.72까지 밀렸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959억원, 17억원 매도 우위다. 개인만 4070억원 매수 우위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36%, 3.65% 하락했다. 현대차도 2.83% 하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B금융은 2% 넘게 올랐다.

주요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삼성전자(-3.18%), SK하이닉스(-3.54%), 한미반도체(-4.44%), DB하이텍(-3.23%) 등이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에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 칩 수출 시 허가를 받도록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앞서 미국 정규장 폐장 후 시간외거래에서 엔비디아도 6% 넘게 급락했다.

장중 ASML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1분기 수주 실적을 발표한 점도 반도체주 낙폭을 키웠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ASML은 1분기 수주액이 39억4000만유로(약 6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평균 48억2000만유로(약 7조80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치다. 크리스토프 푸케 CEO는 "최근의 관세 발표가 거시적 환경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코스닥지수도 장중 낙폭을 키워, 전날 대비 12.81포인트(1.8%) 내린 699.11에 거래를 종료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357억원, 895억원 매도 우위였다. 개인만 2324억원 매수 우위다.

코스닥시장에서 대장주 알테오젠은 3.55% 하락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도 각각 2%, 3%대 밀렸다. 리가켐바이오, 코오롱티슈진의 낙폭은 4%대였다. 시총 상위주에서는 클래시스(2.12%)와 에스엠(1.04%) 등이 상승세를 기록했다.

정책 수혜 기대감으로 포바이포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3 대선 경선 출마 선언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AI 반도체 팹리스 사인 퓨리오사AI에 방문했다. 포바이포는 퓨리오사AI의 협력업체로 알려져 있다. 일찌감치 퓨리오사AI에 투자한 이력이 알려진 DSC인베스트먼트도 7.27% 상승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원 오른 1426.7원을 기록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