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동네 낙인 찍혀 집값 떨어질라"…집주인들 '초비상'
입력
수정
혹시 우리 동네도 '땅 꺼짐?'
긴장하는 지역 부동산 시장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선 싱크홀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며칠 새 강동구 천호동과 중랑구 신내동 등에서 싱크홀이 발견됐다. 사고 지역 인근 주민들은 긴장하고 있다. 땅 꺼짐 사고로 주변 아파트 등에 안전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선제적으로 정밀진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붕괴 위험 동네’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집값이 내려갈 수 있는 만큼 사건을 키우지 않고 쉬쉬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분간 일대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천호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안전 문제는 물론 아파트값 동향을 묻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철도 인프라 공사 현장 인근에서 땅 꺼짐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명의 사망자를 냈던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는 수도권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현장 주변에서 발생했다. 지난 13일엔 부산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공사장 주변에서도 사고가 났고, 아직 실종자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광명 사고’도 신안산선 현장에서 발생한 경우다.
건설업계에선 ‘지하 포비아’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파트 아래에 지하터널을 뚫는 걸 두고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시공사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앞으로 “우리 집 하부를 관통하도록 노선을 설계해선 안 된다”는 식의 주민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는 얘기다.
지하 공간을 활용하는 대규모 인프라 개발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지하 40m 이상 대심도를 달리는 GTX 건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상 철도를 지하로 내리고 상부 공간을 개발하는 ‘철도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경부고속도로나 동부간선도로 등 주요 도로망도 지하화가 계획 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땅 꺼짐 사고는 하수관의 노후화, 기상 상황, 굴착 공사 등 복합적인 이유에 의해 발생한다”며 “지하 공사에 대해서 우려가 집중돼 교통망 확충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번에 사고가 난 지하철 9호선 연장 등의 개통 시점은 당초 목표보다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