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5일 17:42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불황기 각광받는 자금조달 '주주우선공모 증자' 급증
실권주가 대량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주주 우선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가 늘고 있다. 주주 우선 공모 방식은 상장기업이 기존 주주에 이어 일반투자자에게 잇따라 청약을 진행한 뒤 미달된 물량은 발행하지 않는다. 청약률에 따라 발행물량을 조절할 수 있어 주가 하락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사도 실권주를 떠안아야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주 우선 공모를 선호하는 추세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이날부터 이틀 간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약 680억원 규모의 주주 우선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청약을 받는다.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한 후 미청약분은 일반 공모한다. 지난 달엔 정밀의료기업 EDGC(이원다이애그노믹스)가 같은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마무리했고, 신약개발사 큐리언트도 다음 달 주주 우선 공모로 신주 800만주를 발행해 417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주주 우선 공모는 '주주 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와 마찬가지로 기존 주주에게 지분율대로 우선적으로 신주를 청약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구주주 청약 이후 미청약분을 대상으로 일반 공모를 진행한다. 그러나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유상증자 신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권주도 발행하지 않는다. 일반 공모는 주관사단이 발행기업과 실권주 총액 인수 계약을 맺고 미청약 물량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경우가 많지만, 이 방식은 실권주를 미발행 처리하기 때문에 증권사의 부담이 적다. 그러나 청약률이 저조할 경우 기업은 계획했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게 된다는 리스크를 져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 우선 공모가 늘어난 이유는 주가 하락을 방어할 수 있고 낮은 수수료로 증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권주 부담도 덜고 주주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에선 기존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신주인수권을 받아 매각해 유상증자에 따른 주가 하락 손실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지만, 주주 우선 공모에선 불가능하다. 유상증자에 참여해야만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흥행 참패 리스크가 적지 않다. 증자 발표 이후 상장기업 주가가 신주 발행가 안팎까지 떨어지면 증자에 참여할 실익이 없어지면서다. EDGC는 지난 달 진행한 구주주 청약 경쟁률이 31.40%에 그쳤다. 일반공모 청약률도 1.34%에 불과했다. 청약 당시 주가가 유상증자 발행가액인 680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참여가 저조했다. 이에 따라 약 70% 가량의 잔여주식 5008만여주가 미발행처리됐고, 유상증자로 68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던 EDGC는 청약 저조로 163억원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증권가에선 미래에셋글로벌리츠도 미청약분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리츠는 작년 4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주가 급락으로 철회한 이후 주주 우선 공모 방식으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공모가 5000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1450억원에서 약 7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당초 예정 발행가액 3060원에 75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주가가 하락하면서 발행가액이 2340원으로 내려갔다. 모집금액도 68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날 주가는 1.48% 오른 2405원에 마쳤으나 발행가액과 큰 차이가 없다. 증자에 참여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IB업계 관계자는 "청약률이 저조해 조달 규모가 줄어들면 리츠의 추가 자산 편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주가 하락이 유상증자 청약 유인을 떨어뜨리고 흥행 참패로 또 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