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업무에 도입한 근로자들이 일주일에 평균 1.5시간의 업무 시간을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절약된 시간이 생산성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AI 도입으로 근로시간 줄었지만 생산성 향상은 '0'

8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근로자의 평균 업무시간은 3.8% 감소했다.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할 때 주당 약 1.5시간을 절약한 셈이다. 한은은 이 단축된 시간을 모두 생산 활동에 투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약 1.0%의 잠재적 생산성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조사는 전국 만 15~64세 취업자 551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6월 실시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실제 현실에서는 생산성 개선세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이 AI 활용에 따른 업무시간 절감률과 업무처리량 증가율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상관계수는 0.00으로 도출됐다.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단축된 업무시간이 생산성 증가로 전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절약된 1.5시간은 직장 내 여가시간이나 자기계발에 쓰이거나 일의 집중도를 낮추는 데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직군에서는 유의미한 생산성 향상이 관찰됐다. 자영업자와 전문직이다. 자영업자는 AI 활용으로 업무시간이 1% 감소했을 때, 임금근로자보다 업무 처리량이 1.0%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직 역시 사무직 대비 업무 처리량이 0.7%포인트 증가했다. 한은은 이들 직군이 "성과가 보상과 직결되고 업무 자율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기 성과가 직접적인 소득이나 보상으로 연결되는 확실한 유인 구조가 있어야만 AI로 아낀 시간을 추가 생산에 재투자한다는 것이다.

"업무 재설계·성과기반 보상체계 구축 필요"

왜 대다수의 근로자에게서는 생산성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을까. 한은은 AI 확산이 특정 작업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무 시간 절감률이 20%를 상회하는 작업은 전체의 4.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업무 전체를 자동화하지 못하고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등 보조도구로만 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직 업무 구조의 경직성도 한계로 꼽았다. 오 팀장은 "데이터 분석 등이 AI를 통해 빨리 이뤄지더라도 의사결정이나 승인 절차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절약된 시간은 대기 시간이나 유휴 시간으로 쓰이고 만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에 대한 보상이 미약한 경우에도 근로자는 생산성을 향상시킬 유인을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 같은 현상이 기술 도입의 실패라기보다는 기술 도입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오 팀장은 "전반적인 조직 개편과 업무 재설계, 성과기반 유인체계 구축 등 보완적 혁신이 수반돼야 본격적인 생산성 향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