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레인, 굴삭기, 굴착기…어떤 게 맞는 말일까 [김형규의 헤비 인더스트리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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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이 굴착기로 순화한 것은 굴삭기가 일본식 한자라는 이유에서다. 일본에는 착(鑿)이라는 한자어도 삭(削)과 마찬가지로 ‘사쿠’로 읽는다. 그래서 굴착기가 아닌 굴삭기라는 용어가 한국에 유입됐다는 것이다. 또 착과 삭이 둘 다 ‘파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단어로 통일했다는 논리다.표준국어대사전은 국립국어원 정의에 따라 현재 굴착기를 표준어로 정의하고 있다. 굴삭기 항목은 ‘굴착기로 순화’라고 적혀 있다. 관련 법령도 마찬가지다. 건설기계 관리법은 건설 기계 이름을 27개 분류해 놓고 있는데, 2019년 3월 굴삭기를 굴착기로 변경하는 개정을 했다. 국내 기사에서도 굴착기로 일원화해 게재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건설업 관계자들은 지금도 현장에서 굴착기와 굴삭기라는 용어를 다르게 쓴다. 굴삭기(Excavator)는 일반적으로 땅을 팔때 쓰는 건설기계를 칭하고, 굴착기(Drilling Machine)는 수직으로 땅을 파 내려가는 기계를 의미한다. 영어도 두 기계를 분류해서 쓴다. “엄연히 다른 기계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에 부르는 명칭이 달라야한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포클레인은 유압을 이용해 삽으로 땅을 파내는 기계로 분류한다.
참고로 굴착기의 대명사 격으로 통했던 프랑스 회사 포클랭의 입지는 지금은 크게 약해졌다. 회사 이름이 제품명으로 쓰일 정도로 유명했던 포클랭은 최근 건설 장비 대신 유압 부품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김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