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유럽 최고 富者왕실의 자산운용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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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小國' 리히텐슈타인 20년간 年 7%씩 안전하게 자산 증식
후대 위한 장기투자
안전 위한 분산투자
사회 위한 기여투자
400년간 이어 온 약속
리히텐슈타인 왕실 자산을 운용하는 LGT캐피털파트너스의 피우스 프리치 매니징파트너는 왕실 자산관리의 핵심 전략으로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장기투자’를 강조했다. 신성로마제국 시대인 1608년 처음 대공 작위를 받은 리히텐슈타인 카를 1세는 형제들과 “자산을 나눠 갖지 말고 후손에게 대대로 물려주자”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후 왕가는 재단을 만들고, 후대를 위한 자산 증식을 최우선 목적으로 정했다.한스 아담 2세는 유럽 군주 중 최고 부자로 꼽힌다. 현재 100% 왕실 소유 금융그룹인 LGT그룹을 통해 파악된 재단의 금융 자산은 최소 76억스위스프랑(약 9조원)에 이른다. LGT그룹의 자기자본이 지난 6월 말 현재 43억스위스프랑, 그룹에 운용을 위탁한 별도의 재단 위탁자금이 33억스위스프랑이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개인 자산으로 알려진 4억파운드(약 6000억원)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위탁자금은 1998년 출연 당시 10억스위스프랑으로 시작해 20년 동안 순수 운용 수익만으로 연 7%씩 불어났다. 프리치 파트너는 “형제들의 서약에 따라 장남이 정치를, 차남이 자산관리를 맡는 역할 분담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유럽 최고 부자 왕실로 성장하는 주춧돌이 됐다”고 설명했다.
히틀러 눈을 피한 자산관리
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면서 그는 작품을 열차에 실어 모두 지금의 리히텐슈타인으로 옮겨왔고, 이 중 일부를 팔아 가문을 재건하는 종잣돈으로 썼다. 프리치 파트너는 “가문 자산이 불어나자 한스 아담 2세는 부친이 팔았던 작품을 되사오는 등 다시 소장 보물을 늘렸다”고 전했다. 유럽 최고로 꼽히는 리히텐슈타인 왕실 컬렉션은 작년 한국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환경·사회’ 고려하는 DNA‘사회와 환경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를 고려하는 왕실의 투자 대상 선정 원칙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고려하는 ‘ESG 투자’다. 유엔 사회책임투자원칙(PRI) 이사회의 일원인 티코 스나이어스 LGT캐피털파트너스 매니징파트너는 “왕실에선 수백 년 전부터 나무를 베기 전에 더 많은 나무를 심도록 하고, 도박 등 해악을 끼칠 만한 분야에는 투자를 기피해왔다”며 “이런 투자 DNA는 각종 규제 등 위험을 회피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왔다”고 했다.
취리히=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